대통령실이 1일 ‘국민 제안 온라인 국민투표’의 최종 우수 제안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abusing·온라인상의 비정상 접근)’ 발생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 ‘국민 제안 톱10’ 투표를 진행한 결과 어뷰징 사태가 있어 최종 세 건을 이번에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복 투표 등이 과도하게 발생해 어떤 제안이 호응도가 더 높은지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전체 ‘좋아요’ 수는 약 567만 개, 각 제안에 대한 ‘좋아요’ 수는 약 56만~57만 개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6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대체하는 새 정부의 여론 수렴 창구인 국민제안을 신설해 1만 2000여 건의 민원 제안 청원을 접수한 뒤 열 가지 제안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국민투표를 통해 상위 3개의 우수 제안을 뽑고 향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9900원에 무제한 대중교통을 탑승할 수 있는 ‘K-교통 패스’ △휴대폰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등이 상위권에 올랐지만 결국 최종 선정은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외부의 조직적 방해를 의심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해외 IP 등에서 어뷰징이 들어와 차단하려 노력했지만 우회하는 방법으로 비슷한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며 “온라인 투표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비정상 접속이 언제, 어떤 경로로, 어떤 제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는지 등 어뷰징 판단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 IP라면 정확히 어떤 나라에서 주로 접속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도 “거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민제안의 기술적 허점이 투표 시작부터 제기된 만큼 졸속 이벤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후보에 오른 제안들에 대한 설명이 전혀 제시되지 않아 국민들은 제안 이름만 보고 투표를 해야 했고 단말기나 웹 브라우저를 변경하면 한 번 투표했던 사람이라도 투표를 또 할 수 있었다.
고위 관계자는 ‘비실명제 진행에 따라 예상된 결과인데 참여한 국민들께 사과의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본인 인증을 강화해 여론의 참여도 좋지만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