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세계적인 호텔 건축 거장, '제주의 바람, 꽃, 돌' 품다

[인터뷰]JW메리어트 제주 디자인한 빌 벤슬리

전세계 200개 럭셔리 호텔 빚어낸 건축 거장

한국 전통색 공부…유채꽃의 '노란색' 전면에

"제주 매력 녹인 디테일도 곳곳에 숨겨놓았죠"

지역 환경·역사 고려 '지속가능 디자인' 철학

"보편적 디자인으로 호텔 도배하는 시대 끝나"

올 하반기 제주에 문을 열 JW메리어트 제주를 디자인한 빌 벤슬리/사진 제공=빌 벤슬리올 하반기 제주에 문을 열 JW메리어트 제주를 디자인한 빌 벤슬리/사진 제공=빌 벤슬리




미국인 건축가 빌 벤슬리(Bill Bensley·사진)의 이름 앞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가장 대표적인 표현은 ‘럭셔리 호텔 디자인의 거장’이다. 전 세계 30개국에 200개 이상의 호텔과 리조트를 디자인했고, ‘벤슬리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도시는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그를 정의하는 또 다른 말은 ‘환경 보호론자’다. 자연 속에 휴양 시설을 짓는 일을 하고 있지만, 벤슬리는 항상 ‘지속가능성’과 ‘자연과의 공존’에 방점을 찍는다. 그가 호텔 신축 과정에 참여한 포시즌스 코사무이 리조트의 경우 코코넛 나무 856그루를 모두 온전하게 유지하며 건물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제주 자연이 가장 럭셔리한 재료”


이 거장의 마법이 올 하반기 제주 서귀포시에 문 여는 ‘JW 메리어트 제주’에서 또 한 번 펼쳐진다. “제주의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가장 럭셔리한 재료일 것”이라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평화로움(peaceful).” 벤슬리는 JW 메리어트 제주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도록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디자인에 반영했다는 이야기다.

작업에 앞서 늘 그 나라와 지역의 역사, 특징을 공부한다는 그는 이번 제주 프로젝트에서 ‘컬러(色)’를 핵심 재료로 삼고, 한국의 여러 전통 색을 공부하기도 했다. 벤슬리는 “제주를 상징하는 것이 유채꽃일 뿐만 아니라 노란색이 한국에서는 행운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긍정적 의미를 살려 호텔 디자인에 노란색을 많이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화산섬인 제주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회색과 검은색, 흰색 등을 배경으로 사용해 노란색과의 아름다운 대비에도 신경을 썼다”며 “그 안에 돌과 나무, 직물 등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녹였다"고 덧붙였다.

JW메리어트 제주 로비 전경/사진 제공=JW메리어트 제주JW메리어트 제주 로비 전경/사진 제공=JW메리어트 제주



이처럼 지역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추출하는 과정이야말로 “고객에게 신선한 경험과 기분 좋은 여정을 선사하는 ‘좋은 호텔 디자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당 지역의 매력을 담은 골동품이나 현지 조달 재료로 호텔 곳곳을 꾸미는 ‘디테일’은 그의 또 다른 장기다. 제주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시도를 했다는 벤슬리는 구체적인 작품 설명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고객들이 곳곳에 숨겨진 제주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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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벤슬리는 호텔 디자인을 구상할 때 호텔이 들어설 국가와 지역의 역사, 자연, 특징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진 제공=빌 벤슬리빌 벤슬리는 호텔 디자인을 구상할 때 호텔이 들어설 국가와 지역의 역사, 자연, 특징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진 제공=빌 벤슬리


JW 메리어트 제주를 비롯한 벤슬리의 주요 작품들은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2020년 ‘합리적이며 지속가능한 솔루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경영자들이 기후 변화에 맞서 더 친환경적인 호텔을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논문에서 호텔 설계 및 운영의 모든 단계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한편, 건축 자재를 선택할 때도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최대한 보호하는 게 디자인 철칙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호텔이 인도네시아 정글에 위치한 ‘카펠라 우붓 발리’다. 당초 클라이언트는 나무를 베고, 숲의 배수 패턴을 인위적으로 바꿔야 하는 ‘120개 객실의 노보텔’ 방식을 계획했으나 벤슬리의 제안으로 디자인을 지금의 친환경 독채 텐트 형태로 변경했다. JW 메리어트 제주 역시 제주도 정남쪽에 위치한 입지를 최대한 살려 외돌개와 범섬 및 올레 7코스 등 제주도의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 됐다.

JW메리어트 제주 전경/사진 제공=JW메리어트 제주JW메리어트 제주 전경/사진 제공=JW메리어트 제주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도배 되다시피 한 호텔 인테리어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다”는 빌 벤슬리. 그는 조만간 자신의 작품을 만나러 올 고객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제주의 자연, 날 것 그 자체가 가장 럭셔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 꽃, 돌… 자연으로 그린 이 곳을 많은 분이 좋아해 주길 바랍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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