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공기관 혁신, 기능 조정이 관건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공기관 혁신의 성공전략은 무엇인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5대 분야 중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의 네 분야는 결국 비용감축이 목표다. 지난 정부가 정규직 전환과 고용창출을 강조하다 보니 공공기관 인력은 최근 5년간 34%나 늘었다. 기재부가 기관간 성취도를 비교하면서 혁신부진 부처를 독려하면 대체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5대 분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조정이다. 그 대상은 민간경합과 지자체 수행, 수요감소, 기관간 유사중복 기능이다. 기능조정의 효과는 인력감축은 물론 민간과 지자체의 역할 활성화, 시장개입으로 인한 폐해축소 등 그 폭이 넓다.



그러나 기능조정이 가장 어렵다. 인력과 예산감축으로 이어지는 기능조정을 순순히 자백할 기관은 없다. 게다가 기관마다 기능이 달라 기재부의 기관간 비교 독려 전략도 안 통한다. 단계별로 치밀한 추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추진절차는 공공기관의 초안작성 → 주무부처의 검토 → 기재부 혁신 TF의 조정 →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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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공기관은 기능조정이 올해 반짝하고 끝이라면 버티기로 일관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기능조정을 실토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손해 보게 해야 한다. 즉 매년 공공기관의 기능이 평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정대상 기능이 있는지를 경영평가의 중요지표로 신설하자. 지금의 경평은 할 일을 잘 하는지 물을 뿐, 그만 할 일을 평가하진 않는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기능이 방만해진 것이다. 불필요한 기능은 매년 생겨나므로 경평으로 기능조정을 상시화 해야 한다. 한편 호봉제 폐지는 경평보다 더 강력한 수단을 필요로 한다. 호봉승급분이 적은 기관일수록 임금상승률을 높여주길 권한다.

?주무 부처는 산하 공공기관에 정통하나, 공생관계인 공공기관의 수세적 입장을 대변한다. 기재부는 주무 부처의 협조여부를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론 약하며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개혁의지를 갖춘다 해도 장관이 공공기관의 기능을 자세히 알긴 어렵다. 그래도 차관은 대부분 내부 공무원 출신이며 대통령 임기와 함께 임명되었다. 장관은 차관들에게 부처별 검토의 책임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기재부는 차관들에게 부하 공무원 설득용 핑계거리를 주어야 한다. 부처별 혁신도에 따라 2024년 경상비 인상률을 차등하면 어떨까. 지금도 공공기관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기획예산처는 비혁신적 부처에게 예산의 수시배정까지 제한했었다.

부처안을 조정하는 기재부와 혁신TF의 역할이 핵심이다. 위 노력에도 불구 알맹이 없는 기능조정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부처에 방안 재제출을 요청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구체적인 기능조정안을 제시하면서 부처에게 검토를 요구해야 한다. 그 이후 각 부처와의 공방에 많은 노력이 소모될 것이다. 이 과정이 개혁의 본질이다. 기재부는 지금 그 준비를 해야 한다.

공운위는 마지막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 기재부가 주무 부처와의 공방에 지쳐 미흡한 안을 상정할 때 민간위원은 이를 지적하며 상정안을 저격해야 한다. 그리고 기재부는 이들에게 비밀리에 실탄을 제공해야 한다. 기재부는 연내 방안 확정을 공언해선 안 된다. 시한을 정하면 기재부가 마음이 급해져 주무 부처의 미흡한 안을 수용하게 된다. 이를 아는 부처는 12월까지 버틸 것이다. 공운위가 2~3개 부처의 혁신안은 연내에 통과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부처의 차관과 담당 1급이 경질되기를 바란다. 그때부터 공공부문 개혁은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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