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찍어내는 '붕어빵 교육'…고등교육 경쟁력 10년새 8계단 추락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 3 > 인재풀 확장 위한 교육개혁-산업화시대 머문 교육현장

정형화된 학제, 융합형 인재 막아

인문·이공계 벽 허문 통합커리큘럼

무전공 등 대학 '초학제' 교육 절실

초·중등도 주입·문제풀이식 벗어나

체험·토론 프로젝트·플립러닝 확대

다양한 학생 키워낼 맞춤형 교육을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전 세계가 최첨단 기술 확보 전쟁을 벌이면서 기업들의 인재 확보 역시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붕어빵 교육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려면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현장에도 메스를 들이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기술·산업 변화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을 갖춘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려면 대증 요법이 아니라 교육 분야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중등과 고등교육을 관통하는 교육 개혁의 핵심은 경계와 틀을 깨부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전공의 개념을 무너뜨린 ‘초학제 융합 교육’, 초중등교육에서는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양한 학생을 배출해낼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계 넘은 초학제 융합교육 필요=교육계에서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유통기한이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1년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은 64개국 중 23위인데 교육 경쟁력은 30위에 머물렀다. 특히 고등교육 경쟁력이 2011년 39위에서 2021년 47위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에서는 전공·학제 경계부터 무너뜨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모집에서부터 계열별 선발, 나아가 전공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는 ‘무전공’ 제도가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간 학점 교류나 공동 교육과정 개설, 인문·이공계의 벽을 허무는 통합 커리큘럼 등 미래형 학사제도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한 길로만 가도록 정해진 전공과 정형화된 학제가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 배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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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혁신 대학들은 이미 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세계혁신대학평가(WURI)에서 1위로 선정된 미네르바 스쿨은 전공 없이 1학년을 보낸다. 처음부터 특정 전공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창의적 사고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종의 기반 작업을 한다. 스탠퍼드대는 2025년부터 기존 4년 학사와 2년 석사 과정을 통합해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갈 수 있도록 한 6년짜리 유연 학제 ‘개방형 순환 대학’을 운영한다.

국내에서도 포항공대(포스텍)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개 과기특성화대 등이 무학과·무전공 제도를 도입해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는 전체 학생의 30% 수준인 복수·부전공 학생 비율을 50~6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갈 길이 멀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지금은 융합이라고 하면서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단순히 ‘A+B’ 식으로 융합하자는 식인데 이는 선도형 교육이 아니다”라며 “학과 간 이기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만들고 전공별 필수과목도 줄여 부담을 덜어주는 등 경계를 더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로젝트·플립러닝 확대…맞춤형 교육 강화=초중등교육에서는 기존의 주입·문제풀이식 교육의 틀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가 줄어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재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우리 교육은 많은 학생들에게 빠르게 지식을 집어넣어 인재를 찍어내는 산업화 시대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최근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계기로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토론하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온라인으로 선행 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에서 토론식 강의를 하는 ‘플립 러닝’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제주교육청이 도입한 국제바칼로레아(IB) 역시 또 다른 대안이다. IB 교육과정은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등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경험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으로, 초중등교육 문제를 풀 열쇠인 ‘대입 시험’으로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초중등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맞춤형 교육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어떨 때는 기초 학력 미달, 어떨 때는 문제풀이식 교육이 문제라고 하듯 교육 수요는 다양하다”며 “과거처럼 일률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초 학력 미달 학생도, 허준이 교수처럼 특수한 수요도 보장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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