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제도가 영세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 성과를 거뒀지만 해당 업종의 전체 생산 및 고용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제도는 2011년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이에 따라 김치·두부·조미김과 같은 음식료품과 세탁비누·레미콘 등에 대한 대기업 진입이 금지됐다. 최근에는 대리운전 등 서비스 업종이 적합 업종에 추가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우선 적합 업종 제도가 해당 산업 전반의 생산 위축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소기업의 적합 업종 품목 출하액은 2008년 39조 3000억 원에서 2018년 57조 5000억 원으로 10년 동안 46% 증가했다. 이 기간 비(非)적합 업종 품목의 출하액이 5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성장 폭이 제한된 것이다.
고용 규모도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전체 산업 중 적합 업종 품목의 종사자 수 비중은 2008년 12.5%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10.9%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사업체 수 비중이 10.6%에서 10.3%로 거의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1개 업체당 생산과 고용이 점차 줄어 사실상 역(逆)성장한 셈이다.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적합 업종 제도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워 해당 시장에 진출해 국내 생산 시설에 투자하려는 기업의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되면 제도 보호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제도의 역효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들이 고용 창출 및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 지정 업종에 대해 해제 시기를 미리 발표해 점진적 폐지를 추진하는 대신 부정 경쟁 방지 등 별도의 중소기업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