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OPEC+ 회의 앞두고 사우디 UAE에 대규모 무기 판매 승인

국무부, 53억弗 규모 '방어용'

원유증산 위해 중동 달래기 나서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정례 회의를 하루 앞둔 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총 53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 규모의 방어용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고유가가 촉발한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원유 증산이 절실한 미국이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이어 무기고를 열며 산유국 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사우디와 UAE에 각각 30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2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사드 수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패트리엇 미사일 수출은 미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이, 사드는 록히드마틴이 담당하며 구체적인 계약 일정은 미 의회의 최종 승인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조처에 대해 미 국무부는 “걸프 지역의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이끄는 파트너들의 안보를 개선해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 안보 목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패트리엇 미사일은 “사우디 민간 지역 등을 향한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사드 수출로 “UAE가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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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의 대리전으로 불린 예멘 내전에서 UAE와 사우디가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의혹을 받자 공격용 무기 판매는 물론 예멘 내전의 공격 작전에 대한 모든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 경제적 이익을 대외 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인권 수호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무기 수출 정책도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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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하며 양국에 대한 강경한 기조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고물가의 여파로 지지율이 폭락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원유 증산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이날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여러 지도자들과 만난 뒤 이번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이 간절한 백악관이 국내 정치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기 판매를 재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OPEC+는 7~8월 원유 증산 목표를 기존 43만 2000배럴에서 64만 8000배럴로 약 50% 늘렸지만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OPEC+ 정례 회의를 앞두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일 5% 가까이 하락했다가 이날 소폭 반등해 배럴당 94.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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