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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다시 커진 둔화 우려”…“커지는 연준 신뢰도 문제”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7월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증가하면서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나스닥은 0.41%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78%, 0.26% 내렸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경기둔화 우려에 한때 연 2.66%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종목별로는 블랙록과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하기로 한 코인베이스가 10.01% 폭등한 반면 AMTD 디지털은 -27%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대만 동남북 해역에 둥펑미사일 11발을 쏘면서 미군의 증원을 막는 ‘지역거부’ 훈련을 했지만 미 증시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영란은행(BOE)이 경기침체 전망에도 두자릿수 물가를 잡기 위해 0.5%포인트(p) ‘빅스텝’에 나섰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고용과 경기둔화 우려, 위협받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뢰도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美, 실업급여 4주 이동 평균 계속 상승”…“7월 고용보고서 실업률 3.6% 전망 마지막으로 강한 수치일 수도”


우선 오늘 나온 자료부터 보겠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 주(7월24~3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만 건이라고 밝혔는데요. 그 전주보다 6000건 늘었는데 시장의 전망치와는 같았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도 4만8000건 늘어난 142만 건이었습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경우 7월16일로 끝나는 주가 26만1000건이었기에 크게 변동이 없는 것 같지만 4주 이동평균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7월16일주 24만3000건에서 23일주(24만8750건), 30일주(25만4750건)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죠. 올 들어 최고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여전히 고용시장은 강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스튜어트 호프만 PNC 파이낸셜 서비스 선임 경제 고문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양호하지만 4월 초부터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여름 뜨거운 노동시장에 차가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의미”라고 봤습니다.

실제 해고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약 1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월마트가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한 지 1주일 여 만에 직원 200명 정도를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도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 실업급여 청구건수 현황. 노동부미 실업급여 청구건수 현황. 노동부


5일 오전에 나올 7월 고용보고서는 이같은 노동시장의 상황을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데요. 시장에서는 25만8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6월(37만2000개)보다 12만 개가량 낮고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인데요. 실업률은 3.6%로 변동이 없을 듯합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창출은 20만 개가 넘고 팬데믹 이전보다 많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며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는 계속 둔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마이클 게이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기 어딘가에 변곡점이 있을 수 있다”며 “연말까지 일자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7월이 상대적으로 강한) 마지막 보고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임금 상승률도 중요한데요. 2분기 인건비고용지수(ECI)가 예상을 넘는 1.3% 증가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7월 임금상승률 전망치는 전년 대비 4.9%로 6월(5.1%)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미어 사마나 웰스 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선임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임금이 예상보다 뜨거우면 투자자들이 실망할 것이며 주식 매도를 촉발할 수도 있다”며 “실업률은 연말까지 4.3%로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어쨌든 급격한 경기둔화는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95년 이후 27년 만에 0.5%p를 올린 BOE는 에너지와 농산물을 포함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10월에 13.3%로 정점을 찍겠지만 2023년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올 4분기부터는 경기침체에 돌입해 5분기 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15개월에 달하는데요.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치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입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은 경제상황이 다르죠. 영국과 유럽은 에너지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국은 훨씬 낫지요. 그렇다고 해서 주요 경제권의 부진이 미국에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메스터 “금리 내년 상반기에 4% 넘게 올려야. 다만, 그 이후 내릴 수도”…“금리인하, 실제 침체 왔을 때 그 정도에 달려”


이날 BOE의 ‘빅스텝’에도 파운드화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금리인상 후 파운드화는 전날 한때 종가대비 0.29% 하락한 1.21111달러에 거래됐는데요. 금리를 올렸지만 BOE가 장기침체를 예고하면서 결국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퍼졌기 때문이죠. 금리인상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겁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크게 두 갈래인데 하나는 연준의 전망을 믿을 수 없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연준 인사들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13%의 고물가과 경기침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BOE의 정직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사람들에게 고물가와 침체가 같이 올 수 있음을 알려줬으며 다른 중앙은행들에도 교훈이 된다고 지적했죠. 사실상 연준이 들으라고 한 말인데요.

두 번째는 연준 인사 발언의 약발입니다. 전날 늦게 닐 카쉬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플레이션 동력을 감안할 때 그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very unlikely scenario)”라고 잘라 말했죠. 차라리 금리를 계속 올린 후에 잠시 멈춰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요.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연은 총재 같은 비둘기파들의 인플레 중시 발언과 연내 1.75%p를 올려야 한다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얘기에도 이날 오후4시17분 현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5%p 인상확률이 64.5%로 0.75%p(35.5%)를 압도합니다. 어제 불러드 총재 효과로 잠깐 0.75%p가 53.5%까지 오르며 뒤집었지만 하루를 못 갔는데요.



연말 기준금리 전망도 3.25~3.50%가 47.7%로 가장 많습니다. 3.25~3.50% 가정은 9월에 0.5%p와 11·12월에 0.25%p를 한다는 뜻인데요. 불러드는 연말에 3.75~4.00%를 고수하고 있죠. 이후에는 동결하다가 7월부터는 금리인하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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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리수준 전망. CME 페드워치연말 금리수준 전망. CME 페드워치


페드워치는 실제 연준의 움직임과는 차이가 있어 한계가 뚜렷하지만 현재 시장의 생각이 어떤지는 확실히 알려줍니다. 당장 내일 고용보고서와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연준 관리들이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라는 건데요.

CNBC는 “연준의 신뢰도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고,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FOMC 뒤에 증시가 랠리를 보인 것과 관련해 “약간 당황스럽다"며 “노동시장의 상황과 인플레 목표치(2%)를 고려하면 연준이 또 한번 0.75%p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날은 연준에서 약간 엇갈린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며 “9월에 0.75%p가 비합리적이지는 않지만 0.5%p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는 “내년 상반기쯤 이후에는 잠시 멈추고 다시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메스터 총재의 발언 전에도 시장은 잠깐 흔들렸을 뿐 매파적 발언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지도부가 아직 등판하지 않았지만 비둘기파의 경고에도 “침체가 와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우리 뜻대로 간다”고 하죠. 시장의 내공이 더 높다고 볼 수도 있는데 연준의 뜻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은 통화정책에 매우 큰 리스크이긴 합니다.

정리하면,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연준과 파월 의장은 침체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요. 문제는 완만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가 아니라 깊고 오래가는 침체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고물가와 침체가 함께 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은 물가안정에 우선을 둬야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는 수준에 이르면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지요.

결국 침체의 정도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것이 또 하나의 고민점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침체도 침체 나름이라는 말이죠.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월가의 한 관계자는 “연준의 현재 생각은 침체가 없지만 오더라도 마일드한 것이며 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침체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침체의 정도이며 침체와 관련한 통화정책 이슈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밈주식? AMTD -27% 폭락”…“새 강세장 vs 지속 안 돼” 여전히 엇갈리는 전망


이날 시장에서는 코인베이스와 AMTD 디지털이 단연 화두였습니다. 코인베이스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폭등했는데요.

반면 실체가 불분명한 AMTD 디지털은 이날 한때 50% 넘게 빠지면서 반토막났다가 오후 들어 손실폭을 줄였는데요. 홍콩 부동산 재벌 리카싱이 이끄는 CK그룹이 AMTD 디지털의 모기업인 AMTD그룹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절한다는 의미죠. 현재 CK는 AMTD그룹의 지분을 4%가량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논란의 AMTD 디지털은 ‘AMTD 그룹→AMTD 아이디어 그룹→AMTD 디지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공개 당시 주당 7.80달러였던 것이 이번 주 2555.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어제 1100달러로 마감했죠. 포춘은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밈 주식’인 AMTD 디지털이 시가총액 1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누가 뒤에 있는지 모두 궁금해한다”며 “이 정도의 시총은 말이 안 된다”고 했을 정도인데요. WSJ은 “AMTD의 가격상승은 월스트리트베츠 같은 온라인 포럼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까 걱정스러운 부분인데요.



시장 전반을 놓고 보면 여전히 증시 방향을 놓고 논의가 엇갈립니다. 짐 폴슨 루트홀츠 그루 최고투자전략가는 “나스닥의 바닥을 보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추측이다. 나는 이 랠리를 좋아한다”며 “이번 랠리는 어떤 베어마켓 랠리 때보다 기간은 두배 길었고 수익률이 두 배가량 높았다. 이번 랠리는 다르게 보이며 더 지속가능하며 강하다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생각은 다릅니다. 세실리아 마리오티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6월 증시하락에 자산배분이 변화했고 이것이 단기 랠리를 부채질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들은 “거시경제 지표의 긍정적인 변화가 명확하지 않은 지금은 베어마켓 랠리가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 또다른 리스크가 실제적으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는데요. CPI 같은 확실한 신호 없이는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9월 FOMC 전까지 남은 주요 데이터 가운데 하나가 내일 나오는데요. 우선은 어떤 수치가 나오는지, 그리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봐야겠습니다. 7월 고용보고서에 관한 상세한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 시간을 놓치신 분들은 생방송 뒤 기사에 첨부되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분 월스트리트’ 영상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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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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