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주중대사, "중국 투자, 지정학 리스크 감안하라"…경고성 메시지

정재호 대사, "훨씬 더 많은 고려 필요해" 강조

5년간 기울어진 외교, 달라질 대중외교 신호탄?

중국은 칩4 동맹·사드 3불 등 연일 경고 메시지

정재호 신임 주중대사가 1일 베이징 주중대사관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재호 신임 주중대사가 1일 베이징 주중대사관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호 주중한국대사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해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5일 주중 한국 대사관과 중국한국상회에 따르면 정 대사는 4일 오후 열린 재중 한국기업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이 말했다. 정 대사는 이날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기업 관계자들에게 “간단한 임금의 이점이라든지, 중급 정도의 기술로 한국이 중국에서 이른바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 지정학이 주는 리스크에 대해 정확히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두푼 투자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무역처럼 원샷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는 5년, 10년 단위로, 한번 들어가면 투자는 계속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정학이 주는 의미는 10년전, 20년전 투자할 때와 달리 훨씬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라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사관 측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기업인 간담회 시 기업들에게 신중하게 투자하라고 언급한 적 없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충분 감안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책임자의 발언으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달라진 시대 상황에 따른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취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대중 외교 방향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실제로 이날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기울어진 한중 관계의 균형을 맞춰가겠다고 발언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친중 굴종외교’, ‘중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에서는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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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국익을 염두에 둔 우리나라의 결정에도 중국 측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강요한 채 경제 보복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 사태였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세무·소방 안전조사를 빌미로 매장 영업이 중단되거나 불시 단속에서 벌금을 부과받았다. 롯데는 결국 20년 이상 10조원 넘는 규모를 투자한 중국 사업을 철수했다.

중국은 최근 우리나라를 향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 동맹’ 가입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드 3불’을 유지하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에 나설 경우 ‘한중 관계’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방향의 대중 외교가 예고된 상황이고 기업들 입장에선 과거 트라우마도 적지 않다. 그만큼 정 대사의 이번 발언의 무게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국내 기업의 투자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중국 제조업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53.2%나 급증했다. 연간 추이를 봤을 때도 대중국 제조업 투자 규모는 2019년 54억3400만달러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40억10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59억1600만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올해는 이미 1분기에만 42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될 정도로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는 여전히 주요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이와 관련 한 회의 참석자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감안해 신중히 투자해 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대사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소통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는 “기업들도 경쟁력을 잘 유지해가겠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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