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유명 치킨집서 검은 핏덩이…본사 "생명에 지장 없다, 먹어도 돼" 무성의 답변

한여름·한겨울에 닭 스트레스 받아…가공 과정서 피 덜 빠지기도

검은 응어리는 닭의 피가 빠지지 않아 응고한 뒤 뼈에 달라붙은 것이다. 제보자 A씨 제공. /연합뉴스검은 응어리는 닭의 피가 빠지지 않아 응고한 뒤 뼈에 달라붙은 것이다. 제보자 A씨 제공. /연합뉴스




유명 치킨 체인에서 피가 덜 빠진 닭을 가공, 판매해 소비자가 불쾌감을 느끼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은 치킨 가공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상당수 소비자가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지난 3일 집 근처 치킨 체인점에서 닭 날개 튀김을 주문해 어머니와 함께 먹었다. 그러나 치킨의 살점을 먹고 난 뼈에는 검은 응어리들이 엉겨 붙어 있고 치킨을 집는 젓가락에도 검은 이물질이 묻어나왔다.



A씨가 이에 치킨을 제조한 점포에 전화하니 "모르겠다"고 말해 본사에 연락했고 '인체에 무해하다. 생명에 지장 없으니 먹어도 된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화가 난 A씨는 검은 응어리가 붙어있는 치킨 뼛조각들의 사진을 찍어 치킨 체인 본사에 보냈다. 다음날 납품업체 확인을 거쳐 “닭의 피를 제대로 빼지 않은 채 유통했다. 미안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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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업체는 닭을 제공하는 협력업체 현장 조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피가 덜 빠진 닭들을 모두 폐기토록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먹어도 괜찮다는 업체의 초기 반응이 황당했다. 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면 피가 안 빠진 닭들이 더 많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품질 관리에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A씨가 제공에 따르면 배달된 모든 닭 날개 뼈에 검은 응어리가 있었고, 그는 이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 치킨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실제 업체 확인 결과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피가 덜 빠진 닭들이 유통되기 쉽다고 한다. 폭염이나 혹한기에 닭들이 옮겨질 때 스트레스를 받아 날개가 안 펴지거나 근육이 경직돼 가공 과정에서 피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닭 가공업체가 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결국 인건비 부담이 커져 잘 처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피가 덜 빠진 닭은 소비자들이 먹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며 불쾌감을 느껴 항의하면 환불이나 교환을 해주고 있다는 게 업체 입장이다. 그렇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닭 뼈에 붙은 검은 물질이 피인 줄 몰라 보상도 못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협력사에서 가공 닭을 엑스레이에 통과해 검사하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품질관리에 더 신경 써줄 것을 협력사에 요청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우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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