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예금 상품 비교 플랫폼을 도입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이후 은행권 등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예금금리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 핀테크 업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중 혁신 금융 서비스 심사를 통해 온라인 예금 상품 중개업 시범 운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융위의 수요 조사 결과 9개 플랫폼 업체가 해당 사업 영위를 희망하고 있으며 금융위는 기존 금융사들도 원하면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은행권 등과의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데다 대환 대출 플랫폼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금금리 비교 플랫폼이 새롭게 나오면서 업계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출 비교 플랫폼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예금 비교는 대출 비교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대출은 내규에 따라 대출 진행 여부가 금융사마다 다르지만 예금의 경우 금리 순으로 줄 세워지면서 금리가 높은 쪽으로 쏠리는 승자 독식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리 경쟁력이 낮아 외면당하는 중소 금융사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사의 경우도 과도한 이자 지급에 대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만큼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 플랫폼을 통해 줄 세워지는 구조에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면서도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은행 수익성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예금금리에 영향을 받는 변동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존 금융권의 종속 우려가 크다.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이 많이 모이면 플랫폼에 들어온 업체들과의 협상 주도권을 갖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는 등의 수순을 보여왔는데 예금금리 플랫폼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들의 수익 감소는 물론 고객 혜택 축소도 우려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 등 비용 발생으로 인해 고객에게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 등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며 “은행들 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은행에서 발생한 비용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예금금리 비교 플랫폼 도입 추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 중소 핀테크도 등장했다. 예·적금 비교 플랫폼인 ‘저축하나로’를 운영하는 씨비파이낸셜솔루션은 2009년 예금금리 비교 플랫폼 및 분산 예치 시스템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2020년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아 2021년 예금금리 비교 플랫폼인 ‘저축하나로’ 서비스를 출시, 은행 금리는 물론 BIS·연체율·영업이익·자본금 등까지 비교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다른 업체들에도 문을 열어준다고 하면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최혜윤 씨비파이낸셜솔루션 대표는 “금융위에 민원도 넣었고 권익위에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지만 행정절차상 위법이 아닌 만큼 크게 달라지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통이나 이해가 없는 모습에서 중소 핀테크의 권리는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