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대포폰 번호 '2400' 전세사기단, HUG보험까지 악용했다

이전 집주인 명의 보험 가입해

세입자 안심시킨 후 명의 이전

일당 소유 빌라 등 3000여가구

중개사 공모 의혹에 파장 확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빌라·오피스텔 3000여 가구로 전세 보증금 사기를 쳤다는 의혹을 받는 일당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보험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이전 집주인의 명의로 HUG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 가입이 불가한 바지 사장으로 명의를 이전하는 수법이다. 임차인들이 안심하고 전세 살 수 있도록 도입된 전세 보증 제도가 오히려 피해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일당은 “HUG 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으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증보험에 가입된 임대인의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한 뒤 피해자가 방심한 틈을 타 HUG 등에 블랙리스트로 등록된 명의로 소유권을 바꾸는 식이다. 전세사기 범행 과정에서 분양팀·건축팀·공인중개사까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의 한 빌라에 입주했다가 낭패를 본 A 씨는 “일당 중 한 명을 형사 고소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까지 연루돼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HUG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서류 작업을 해준 은행원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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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일당의 수법은 새로운 방식이라 HUG도 혼동을 겪으면서 피해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소송을 준비 중인 박소예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전세사기 일당과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전세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며 “그런데도 HUG 측은 ‘유권해석 중’이라는 말만 계속하며 보증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전세 계약 중도 해지는 내부 규정상 보증금을 돌려주는 ‘보증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유권해석 등 내부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귀책사유가 임차인에게 있지 않는 한 웬만하면 보증금을 지급하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HUG가 이 같은 손실을 사기 일당으로부터 받아낼 길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서울경제가 사기 피해가 의심되는 서울 강동구, 경기도 김포시·구리시·이천시 오피스텔 건물 4곳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세사기 일당 명의로 된 100여 가구 중 상당수가 HUG가 아닌 관할 지역 세무서로 압류됐다. HUG 관계자는 “압류·변제와 관련해서 ‘세금’이 가장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전세사기 일당의 세금이 체납됐을 경우 세무서로 변제가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일당은 대포폰을 사용했는데 뒷자리가 2400으로 끝나는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피해자들과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이 소유한 빌라·오피스텔은 3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한 언론 보도 결과 드러났다. 전세사기 일당은 부동산 임대 회사를 앞세워 활동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당이 전·현직 감사·사내이사·대표를 맡은 P주택은 자산 579억 원, 부채 614억 원, M주택은 자산 333억 원, 부채 352억 원으로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현재 일행 중 한 명을 경기남부경찰청에 형사 고소한 상태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를 비롯한 보증사가 서류 요건을 강화하는 등 보증 심사 과정을 보다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은 임차인이나 HUG 측에서 조회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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