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알뜰폰 전심전력 vs 통신3사 미적지근…eSIM 놓고 二心

내달 1일부터 e심 국내 사용 가능

'1폰 2번호' 도입에 알뜰폰 촉각

요금제·마케팅 경쟁 치열 예상

통신3사는 "이득 없다" 시큰둥


‘일Sim동체! 이Sim전심! 전Sim전력!’





채정호 KT엠모바일 대표는 올해 초 사내공모를 통해 이동통신 SIM(가입자식별모듈)에서 모티브를 따온 구호를 선정했다. ‘이Sim 전심’이라는 문장에는 올해부터 국내 도입되는 eSIM(e심)에 대한 기대감이 담겼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알뜰폰 1위 사업자인 만큼 e심 사업에서도 1등이 되자는 의미에서 결정한 구호”라고 설명했다. 일심동체가 돼 e심에 전심전력을 다하자는 것이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본격적인 e심 사용이 가능해진다. e심은 기존 USIM(유심)과 달리 휴대전화에 모듈이 내장돼 있어, 번호나 기기를 바꾸더라도 갈아 끼울 필요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유심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한 휴대전화에 2개 번호를 사용하는 ‘듀얼심’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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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이에 발맞춰 8월 중 출시 예정인 갤럭시Z 폴드4·플립4부터 국내에서도 e심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내수 모델이 e심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으로, 향후 출시 제품부터는 e심 탑재가 기본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은 이미 전 세계 단일 모델로 e심을 지원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즉각 사용이 가능하다.

e심 도입이 한 달 내로 다가오며 알뜰폰 업계는 기대감에 들뜨고 있다. 듀얼심 사용이 가능해지면 저렴한 알뜰폰을 두번째 번호로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e심을 알뜰폰 지원정책으로 보고 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번호이동 장애물로 작용하는 유심 배송과 교체가 사라지고 듀얼심 사용이 가능해지는 만큼 기간통신(MNO)과 알뜰폰(MVNO) 간 이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알뜰폰 업계는 e심 출시와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e심 요금제를 내놓은 통신사는 알뜰폰 티플러스가 유일하다. 통신3사도 e심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스마트워치 등 유심 장착이 불가능한 일부 기기와 국내에서 로밍을 이용하는 외국인을 위한 것에 한정돼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가 e심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통신3사는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e심 도입으로 얻을 것이 적은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2개 이상 번호를 사용하는 가입자들은 공시지원금 때문이라도 통신3사 회선을 복수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번호 이동이 간편하다는 점도 시장 안정으로 마케팅비를 아끼고 싶은 통신3사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개 당 7700원인 유심 판매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도 통신3사에게는 아쉬운 요소다. e심도 회 당 2500원의 다운로드 비용을 받지만, 모듈 라이센스 비용 등을 지급하면 수익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e심 서버 공급 80%는 유럽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어 해외 의존도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3사 입장에서는 전산 개발 비용만 들고 재미는 알뜰폰만 보는 구조”라며 “본격적인 e심 확산을 위해서는 통신3사의 전용 요금제 출시와 마케팅 공세가 필수적이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 안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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