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민 뜻 거스르는 정책 없다"…尹, 성난 민심에 인사스타일 변화 예고

■인적쇄신으로 국정 돌파구 모색

정책혼란 등에 지지율 20%대 추락

여당서도 '당·정·대' 동반 쇄신론

이달말 대대적 참모진 개편 전망

검찰총장·특별감찰관 인선 등 숙제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가에서 8일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적 쇄신’에 돌입했다. 쇄신의 첫 대상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됐다. 박 부총리가 최근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 등을 느닷없이 발표했다 철회하면서 국민적 혼란을 자초하고 국정지지율을 속락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13일 만에 재개한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은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것을 휴가 기간 중에 더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휴가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하거나 기자들의 질의에 공격적으로 답변하는 등 불통의 이미지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변신이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국정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 점검하고 살피겠다. (집무실에)이제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고 그렇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만 5세 입학’ 등으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박 부총리를 향한 불신임의 뜻으로 해석됐다. 결국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사퇴했다. 스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윤 대통령이 먼저 사실상의 불신임을 내비친 뒤에야 사의를 밝힌 만큼 경질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인적 쇄신 카드를 뽑아든 배경에는 싸늘한 민심이 있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국정운영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하며 24%(한국갤럽 8월 1주)까지 추락했다. 공고했던 60대마저 등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며 보수 지지층마저 붕괴할 위기에 직면한 게 윤 대통령의 현재 상황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인사 문제부터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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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까지도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총리가 소명 없이 낙마할 경우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교육 개혁의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서다. 윤 대통령이 박 장관이 스스로 사태를 수습한 뒤 퇴진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박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가 국민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씀하신 그것으로 (입장을)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결단하자 버티던 박 장관은 결국 이날 스스로 물러났다.

박 부총리로 인해 촉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장관 물갈이의 파장이 대통령실 참모 등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향후 정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 여권에서는 대통령실 참모진을 포함한 ‘당정대’ 3축의 동반 쇄신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윤 대통령이 참모진 개편보다는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며 추가 인적 쇄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대통령께서)오늘 국민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동력 상실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이 여론의 요구를 수렴해 참모진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의중에 따라 정치권과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대대적인 참모진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참모진을 교체하기에는 광복절 행사와 17일 취임 100일 행사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참모진을 대체할 인사들을 찾아야 한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새 참모진은 윤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관점’을 담아야 등을 돌린 여론을 돌려세울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인재 풀은 인수위원회 때 대부분 만들어졌다”며 “변화한 국정을 담기 위해서는 인재 풀 역시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쐈지만 과제는 만만치 않다. 박 부총리의 하차로 공석인 장관 자리는 더 늘었다. 윤 대통령은 두 차례 후보가 낙마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비어 있는 검찰총장, 또 새로운 교육부 수장을 임명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 부속실 부활 여부 역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정동력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로)논란을 빚은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은 만들어야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오찬 회동을 열고 “국민의 뜻에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며 “주요 개혁 과제 등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추석이 빠르고, 고물가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맞는 명절인 만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가용자원을 총 동원해 과감하고 비상한 추석 민생 대책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참모진에게는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문제를 질타하는 언론을 겨냥해 “야당의, 언론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라는 게, 국정운영은 우리 언론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참모진에게도 “국민을 더 세심하게 받들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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