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강한 고용, 증시 위아래 완충역할”…“AMTD에 밈주식 귀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강한 고용이 증시의 완충역할을 해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강한 고용이 증시의 완충역할을 해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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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0일 나올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연 2.85%에 육박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2.76% 선까지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실적 부담에 나스닥이 0.10% 하락 마감했는데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12% 떨어진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089% 상승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이날도 지난 5일에 나온 고용 보고서의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강한 고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상승을 불러오지만 지금이 경기침체가 아니며 앞으로도 어느 정도 버틸 체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핵심 데이터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와 투자자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한 고용에 침체 시계 늦춰졌지만 정책실수 가능성↑”…“뉴욕 연은 3년 인플레 기대 3.6%→3.2%”


10일 나올 7월 CPI는 전년 대비 8.7%로 추정됩니다. 6월(9.1%)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절대 수치가 너무 높은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6.1%로 6월(5.9%)보다 상승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종 숫자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날도 시장은 7월 CPI를 앞두고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상승세와 기준금리 추가 상승에 증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세력이 힘겨루기를 했지요. 이날도 장초반 나스닥이 1.2%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5일) 역시 나스닥이 -0.5%, S&P가 -0.16%를 기록했지만 다우는 0.23%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잘 버텼죠.

미 경제 방송 CNBC는 “(강한 고용에 따라) 증시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제한될 수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들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하락세도 제한적일 수 있다”며 “7월 CPI가 예상을 웃돈다면 누구도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폭이다. 강력한 고용시장 아래에서는 하락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부분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강한 고용은 추가 금리인상을 불러와 증시의 상승을 막지만 동시에 침체가 오더라도 더 늦게 오게 하는 쿠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인데요. 오늘의 장마감 결과도 이를 보여줬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데이터트랙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이날 고객들에게 “강한 고용에 투자자들이 다가오는 경기침체의 카운트다운 시계를 재설정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뉴욕 연은이 내놓은 1년과 3년 인플레 기대. 뉴욕 연은뉴욕 연은이 내놓은 1년과 3년 인플레 기대. 뉴욕 연은


강한 고용의 완충 역할에도 앞으로의 핵심은 7월 CPI 수치입니다. 전망치를 중심으로 어떤 숫자가 나오느냐가 중요하죠. 6월 대비 수치가 낮아지더라도 얼마나 떨어지느냐, 근원 CPI는 어떻게 되느냐 등이 관건인데요.

일단 7월 CPI를 앞두고 긍정적 자료가 하나 나오긴 했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7월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6.2%로 전달(6.8%)보다 0.6%p나 떨어졌습니다. 3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도 3.6%에서 3.2%로 낮아졌는데요.

이는 휘발유값과 농산물 가격 하락 덕입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 가격 평균은 갤런당 4.059달러로 6월14일 최고치(5.016달러)에서 19% 넘게 빠졌는데요. 옥수수 가격은 지난 3개월 동안 24%, 밀은 27%, 콩은 14% 내렸죠.

하지만 이것만 갖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1년 뒤 인플레 6.2%는 연준의 목표치(2%)를 고려하면 높아도 한참 높죠. 당분간 계속해서 금리를 높일 이유는 여전합니다. 그에 따른 침체 가능성도 마찬가지인데요.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고용보고서는 연준이 할 일이 더 많이 있으며 9월에는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0.75%포인트(p)가 검토될 것”이라며 “연준은 크게 물가와 고용지표를 보며 헤드라인과 근원수치, 인플레이션 기대, 임금비용지수(ECI), 급여 등을 볼텐데 (과도한 금리인상에 따른) 정책 실수 가능성이 매우 높다(very high). 연준은 최상의 상황을 바라지만 아마도 소프트랜딩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플레 감소 법안 S&P500 순익 1% 감소. 영향 거의 없어”…“AMTD에 자극 받은 개미 투자자”


실제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고물가가 오래갈 수 있지요. 7월 CPI에서도 렌트비처럼 향후 물가를 계속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을 봐야하죠.

이날 실적을 내놓은 육가공 업체 타이슨도 주당순이익이 예상을 살짝 밑돌면서 8.40% 빠졌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타이슨은 인플레이션에 지난 분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높은 임금과 사료, 운송비가 이익에 부담을 줬다”며 “쇠고기 사업의 평균가격은 소비자들이 비싼 고기를 외면하면서 약간 감소했고 돼지고기도 수요가 줄면서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요. 지난 주말 미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소법안’을 통과시켰죠. 최저 15% 법인세율 도입과 과세 누수 방지 등으로 7390억 달러의 세원을 마련하고 이중 4330억 달러는 기후변화 같은 곳에 투자하며 3000억 달러가량은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증세와 재정적자 감소에 인플레이션에 효과가 있을 듯하긴 하지만 실질적이며 즉각적인 효과는 없을 듯하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인플레를 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증시에 밈주식이 돌아왔다. 연합뉴스미 증시에 밈주식이 돌아왔다. 연합뉴스



현재 8~9%를 오르내리는 고물가가 인플레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급격하게 하락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수준부터 천천히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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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내년에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1%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실효세율이 낮은 헬스케어와 기술기업들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스콧 크로너트 씨티 애널리스트는 “인플레 감소법안의 증세는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최저한 세율과 바이백에 대한 세금부과는 S&P500 기업의 주당 순익에 1%도 안 되는 영향만 줄 뿐”이라며 “일부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큰 사안(big deal)은 아니”라고 짚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지금처럼 복잡한 시장 상황에서 밈주식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베드앤베스가 39.83% 폭등한 것을 비롯해 AMC(7.93%)와 게임스톱(8.65%)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침 레딧의 월스트리트 베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 3개가 베드앤베스와 AMC, 게임스톱이었다”며 “지난해 광란 이후 많은 게 바뀌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지난 주 AMC가 우선주 형태로 모든 보통주 주주에게 배당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는데요.

나스닥의 움직임과도 관련 있는 암호화폐 역시 바닥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JP모건은 “암호화폐가 이번 사이클의 바닥을 찾았다”고 했는데요.

다소 걱정스러운 건 현 상황이 최근 AMTD 디지털과 매직 엠파이어 글로벌처럼 정확히 알 수 없는 폭등 종목이 나오고 있는 것과 겹친다는 점입니다. 이날 AMTD 디지털은 이날 46% 폭락했지만 매직 엠파이어 글로벌은 또 20.62% 폭등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밈주식의 부활이 쇼트스퀴즈 때문이라고 보지만 과도한 변동성은 상황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크게 해칠 수 있지요. 에드 모야 오안다의 선임 시장 전략가는 “만약 미국 증시가 계속해서 더 광범위하게 상승한다면 이같은 밈주식 랠리는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AMTD 디지털이 월스트리트 베츠의 군중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금리, 투자자들에게 영향”…“부동산 시장 붕괴? 고신용자들이 대출 버틸 체력 있어”


판단히 어려운 증시 상황과 관련해 하나 봐야할 게 미 국채금리입니다. 지난 6월16일 증시 바닥 직전인 6월14일 연 3.480%까지 갔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지금은 2.75% 수준인데요. 정책금리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2년 물도 3.2%대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6월14일(3.42%)에는 못 미칩니다. 세 달 연속 0.75%p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2년 만기 국채금리가 6월 달보다 낮은 거죠.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날 JP모건의 전략가 미슬라브 마테예카는 7월의 강한 고용보고서에도 연말로 보면 증시가 괜찮을 수 있다는 근거로 10가지를 댔는데요. 하나씩 보면 △밸류에이션은 절대적 측면이나 채권 대비 상대적 측면으로 봐도 매력적 △기관 투자자들은 현금이 많고 자산을 굴릴 필요 △투자심리가 너무 약세(바닥이라는 신호) △연준의 매파 성향이 피크일 가능성 △미국 달러도 피크 △심각한 경기침체는 아닐 전망 △고소득자의 소비 유지 △어닝 전망이 공격적으로 낮춰질 것 같지는 않음 △팬데믹 동안 쌓아둔 추가 저축이 소비 완충 △글로벌 경제가 동시에 침체로 빠지지는 않을 것 등인데요. 전부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죠.

뉴욕 연은이 내놓은 가계대출 신용점수별 비중. 뉴욕 연은뉴욕 연은이 내놓은 가계대출 신용점수별 비중. 뉴욕 연은


추가로 미국의 부동산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경기침체 논의와 부동산 시장의 빠른 둔화 신호에 이러다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큰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아직은 연체율이 낮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모기지 대출금리도 상승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모기지 대출 구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 뉴욕 연은에 따르면 신용점수 760점 이상의 고등급자들의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0%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70% 가까이됩니다. 20%p가량 증가했다는 거지요.

가계부채는 질과 양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전체적인 규모가 증가했어도 질이 좋으면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지요. 예를 들어 현금이 1억 원 있는 사람에게는 대출이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100% 증가해도 크게 부담되는 일이 아닙니다. 신용도를 보면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와도 2008년처럼 확 무너질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이 가능한데요. 최소한 위기로 가기 전까지 그 시간이 꽤 걸리겠죠.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은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기존 주택의 매매 중간값은 30만 달러가 조금 넘었지만 이제는 40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면서도 “미국인들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비율은 여전히 3분의2밖에 되지 않으며 주택 버블이 일어났던 2000년대 초중반에 비하면 최근엔 더 신용점수가 좋은 이들이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이들은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는 이들이며 주택가격이 5% 떨어진다고 해도 2만 달러(40만 달러 기준) 정도의 평가손을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베어마켓 랠리의 가장 좋은 부분이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습니다. 그가 지속적으로 약세론을 주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해야지만 추가적인 거시 지표를 확인할 때까지는 입체적으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는데요. 7월 CPI 발표까지 미국 시간으로 이제 이틀, 장은 하루 남았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 시간을 놓치신 분들은 생방송 뒤 기사에 첨부되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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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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