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참다운 친구 3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아니,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관계를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참다운 친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이 참다운 친구 한 명을 사귀었다는 사람 만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 참다운 친구를 사귀려고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경조사를 찾아다니고, 모임을 하고, 선물하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참다운 친구는 더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결국 ‘참다운 친구’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무의미해 보이는 이 관계를 포기해버립니다. 오히려 참다운 친구 한 명 없는 나는 외로움만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독립한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 이런 허물없는 친구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허물없는 관계는 몸과 마음이 성인이 되기 전 중고등학교 때까지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상적으로 홀로서기를 한 성인이 만드는 관계란 이런 경계 없고 허물없는 관계가 아닙니다. 바로 ‘신뢰관계’입니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합니다. 어떤 친구는 동창회는 매번 나오는데 존재감은 없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분명 같이 있었는데 같이 웃고 떠들었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른 잘나간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동창회 초기엔 회사카드로 술도 사고, 분위기도 띄웠습니다. 하지만 그 후 그 친구 동창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퇴직하고 처음으로 동창회에 다시 참석합니다. 이제 퇴직했으니 일자리를 소개해달라고 합니다. 만약 내가 새로운 일자리 하나를 소개해 줄 수 있다면 이 두 친구 중에 누구를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저라면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매번 성실하게 나왔던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소개해 줄 겁니다. 그 친구는 믿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관계란 그런 관계입니다. 지나간 30년이란 시간 공백이 잘나갔다는 그 친구에게 신뢰감을 가져가버린 겁니다.
신뢰감은 돈이나, 술, 오락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신뢰감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뢰감은 시간으로 만듭니다. 존재감이 없어도 꾸준히 참석하는 동창회에서 신뢰감이 자라납니다. 몇 달간 살갑게 후배를 챙겨주는 것에서 신뢰감이 생깁니다. 퇴직하는 날 아무리 2차, 3차를 해도 모두 다 압니다. 그건 그냥 회식이었을 뿐입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깨알보다 작은 씨앗일 뿐입니다. 이제 퇴직이 6개월 남았다면, 신뢰에 투자해 보세요. 그냥 옆에 있어주고, 아침에 커피 한 잔 더 사서 들고 가고, 커피 한 잔 함께 마셔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시간이 될 때 힘들어하는 부분 조금씩 꾸준히 도와주는 게 전부입니다. 터무니없는 걸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꾸준함으로 각인돼가고 있다면, 이제 신뢰가 만들어져가고 있는 겁니다.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관계는 신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