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값싸니 안살수도 없고…"對중국 무역적자 지속 대응책 마련해야"

대한상의. 대중 무역적자 원인·대응 보고서

중간재 수입 증가·RCEP 발효 등 원인 꼽아

한중FTA 업그레이드, 기술경쟁력 강화 등 주문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서울경제DB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서울경제DB




대(對) 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3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재 수입 증가·공급망 재편·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다. 뛰어난 가성비의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공급처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등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대중 무역적자 확대의 첫 번째 원인은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중간재 수입 증가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봉쇄조치 영향으로 가전 등 소비재 교역이 급감한 반면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이 늘면서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 30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72억 5000만 달러로 34억 2000만 달러(89.3%)나 늘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도 같은 기간 11억 1000만 달러에서 21억 8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반도체의 경우 올해 상반기 143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의 경우 작년 상반기 6000만 달러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액은 6억 9000만 달러에서 11억 1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가전 관련 품목은 중국 내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등 산업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주요 국내기업들이 사업을 줄이고 있는 LCD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LCD 수입은 12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4억 5000만 달러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휴대용 컴퓨터’ 또한 상반기에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규모는 4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중국에서 수입한 규모는 19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억 달러나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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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RCEP 발효로 양허 상품 품목 중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 수산화리튬의 수입이 급증했다. 두 제품의 상반기 수입액(11억 7000만 달러)은 지난해 전체 수입액이었던 5억 60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상태다.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기간 중 산화리튬·수산화리튬의 5월 수입액은 2억 9000만 달러, 6억 수입액은 4억 8000만 달러였는데 이는 해당 월 전체 무역적자의 26.9%, 40.3%에 각각 해당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양국의 수출과 수입에 이익 균형점이 잘 맞았던 반면 RCEP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과 맞물려 단기간에 수입이 늘어난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 악화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RCEP 특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 등으로 당분간 대중 무역적자 지속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의 교역 구조가 더욱 악화하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조치로는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를 언급했다. 또 RCEP 채널을 활용하면서 한중 기업 간 협력플랫폼 구축을 추진해 실질적인 협력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망 취약성 개선을 위해서는 한중 첨단기술 품목의 교역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취약 원자재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 편중된 중간재 수출 다변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중간재 수입 확대 구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첨단 제조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미래 광물 자원 확보, 개발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의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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