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을 맞은 홈쇼핑 업계 분위기가 무겁다. 4월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비대면 특수가 끝난 데다가 e커머스 플랫폼으로 쇼핑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 영향으로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관련 업체들을 괴롭히는 건 단기간에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실적과 상관 없이 매년 늘기만 하는 송출 수수료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해묵은 수수료 체계 개선을 호소하는 업체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홈쇼핑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057050) 등 국내 TV홈쇼핑 주요 4사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GS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은 3273억 원으로 전년 3100억 원 대비 1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GS샵 관계자는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증가로 홈쇼핑 업계의 부담이 지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실적 발표한 나머지 3개사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2분기 리오프닝 효과로 인한 여행이나 의류 상품의 판매 증가로 전반적으로 매출은 지난해 성적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우선 CJ온스타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7% 감소했다. 매출은 1.6% 줄어든 3517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홈쇼핑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10억 원에서 280억 원으로 9.6% 줄었고, 매출은 2730억 원에서 2720억 원으로 0.2% 감소했다. 현대홈쇼핑은 매출이 2648억 원에서 2728억 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이 306억 원에서 269억 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대해 리오프닝의 영향도 크지만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송출 수수료 부담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TV는 물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조차 시청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홈쇼핑 시청 시간까지 줄어드는 가운데 매년 늘어나는 송출 수수료가 수익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홈쇼핑 7개사의 전체 매출 5조8551억 원 가운데 방송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로 집계됐다. 2017년 63.7%를 차지했던 방송 매출의 비중은 2018년 60.5%, 2019년 56.5%, 2020년 52.4%로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4년 1조 원을 넘어선 국내 TV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9년 1조5497억 원, 2020년 1조6750억 원, 지난해 1조8074억 원까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줄어드는 방송 매출에 맞춰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송출수수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방식으로 각종 경제 지표나 상황 등을 고려한 송출수수료 규모를 도출하고 이 범위 안에서 사업자 간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의 용역을 받아 관련 연구를 한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한 해 동안 지급해야 할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은 홈쇼핑 순증이익의 50%를 기준으로 하고, 송출수수료 총액이 결정되면 홈쇼핑사이 자체 협의와 경매를 통해 방송 채널을 배정하고 분담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