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두 번째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과 참의원 선거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기시다 총리의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면면을 보면 자민당 내 다양한 파벌들을 내각과 당직에 고루 중용하는 식의 '파벌 균형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갈등, 북핵 위협 등 안보 환경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을 고려해 관련 부처에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앉힌 것도 눈에 띈다.
19명 각료 중 14명 바뀌어…오후 개각 단행하고 기자회견 예정
NHK 방송 등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전 9시 자민당 당사에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후 총리 관저에서 개각을 실시한 뒤 저녁에 개각 내용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들이 사실상 확정됐다며 보도 중인 인사 명단에 따르면 이번 개각에서는 19명의 각료 중 14명이 교체된다. 이 가운데 9명은 처음으로 입각, 5명은 재입각하는 인물들이다.
‘아베 친동생’ 기시 노부오 방위상 교체…'통일교 연관성 고려' 해석도
대표적으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 기시 노부오 방위상을 하마다 야스카즈 중의원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후임인 하마다 의원은 2008~2009년 방위상을 지낸 무파벌의 10선 의원이다. 기시다 내각이 올 연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3문서 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하마다 의원의 경험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 방위상은 국가안전보장 총리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표면적인 교체 이유는 건강 문제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기시 방위상이 선거 과정에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일본에서 '통일교 스캔들'이 일며 기시다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대상 인사들과 통일교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6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선 통일교 행사에 축전을 보낸 야마구치 타케시 환경상도 아베파의 니시무라 아키히로 의원으로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상·재무상·관방장관 등 경험 중요한 부처는 유임
유임되는 각료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기시다파), 스즈키 준이치 재무상(아소파),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아베파) 등 5명이다. 코로나19 대책을 관할하는 후생노동상에는 내각 경험이 풍부한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모테기파)을 임명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갈등, 코로나19 등 첨예한 이슈가 얽혀있는 부처 인사의 경우 경험을 중시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제안전보장담당상에는 무파벌의 다카이치 사나에 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기용할 방침이다.
당내 요직은 각 파벌에 고루 나눠…"거당 체제 구축 도모"
자민당 임원 인사를 보면, 공석이 된 자민당 '최대 요직' 정조회장에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임명하기로 했다. 선거대책위원장엔 당내 소수 파벌인 모리야마파 회장인 모리야마 히로시 전 국회대책위원장을 임명한다. 각각 모테기파, 아소파 회장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아소다로 부총재는 유임된다.
기시다 총리가 당내 파벌들에 고루 요직을 배분한 만큼 이번 인사는 '파벌 균형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K는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기시파는 당내 4위 계파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장 작은 파벌인 모리야마파도 요직에 중용하면서 거당 체제 구축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현재 자민당 내 파벌은 아베파가 97명으로 압도적 1위이며, 그 뒤를 모테기파(54명), 아소파(50명), 기시다파(43명) 등이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