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세계 금광 업계에 놀랄 만한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졌다. 캐나다 최대 금광 업체인 배릭골드가 미국 경쟁사인 뉴몬트마이닝에 180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M&A를 제안한 것이다. 만일 합병이 성사되면 당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421억 8000만 달러의 ‘광산 공룡’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뉴몬트가 인수 대상자로 캐나다의 또 다른 경쟁사인 골드코프를 최종 선택하면서 거대 광산 기업의 합병 시도는 무산됐다.
1983년 설립된 배릭골드는 세계 2위의 금·구리 광산 업체로 칠레·사우디아라비아·잠비아 등 세계 13개국에 16개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다. 창업자 피터 멍크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석유 및 가스 생산 업체로 출발했지만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금과 구리 사업에만 전념하게 됐다. 멍크가 세운 오리아재단은 매년 두 차례씩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해 중국의 부상, 기후변화 등 글로벌 관심사를 토론하는 ‘멍크 디베이트’를 열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금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환경문제로 해외에서 벌금 폭탄을 맞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 측은 유지 비용이 높은 금광 위주로 10억 달러가량의 자산을 처분하는 등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나름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배릭골드는 2020년 8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주식 매입으로 화제를 모았다. 평소 금 투자 무용론을 펼쳐왔던 버핏이 돌연 배릭골드를 매수하자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장에서는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버핏의 투자관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버핏은 몇 달 뒤 배릭골드 지분을 매도했다.
배릭골드가 최근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금 및 구리 광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5년 동안 70억 달러를 투자해 레코디크 광산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자원 확보는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갈수록 거세지는 자원 무기화 추세에 맞춰 해외 자원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