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함께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활동 반경을 넓히고 당 내 모임 결성도 재추진되며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새 정부의 지지율 추락 속에 여당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비윤(非尹)계 유승민 전 의원이 선두를 기록하는 등 여론도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의원은 1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기 극복 리더십’을 주제로 영화 ‘한산’ 상영회를 열었다. 김 의원 측은 일반 시민을 비롯해 천안함 생존자, 현역 해군 등 100여 명을 참석했다. 다만 김 의원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으로 인사말을 대체했다.
비대위 출범으로 물밑 당권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 의원이 자신의 약점인 ‘대중 인지도’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 출신인 김 의원은 당 내 세력은 탄탄한 편이지만 외부 인기가 낮은 것이 한계다. 연일 이재명 더불민주당 의원을 때리며 ‘이재명 대항마’도 자처하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대해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꼼수”라며 “위인설법(특정한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듦)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전일 당권 도전 의사를 시사한 안 의원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당을 변화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출마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 출마로 외부 인지도에서 강점을 지닌 안 의원은 당 내 입지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의 초선 의원은 “안 의원이 의원들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마를 고심하던 원외 인사들도 전당대회에 뛰어들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적극적으로 (차기 당 대표를) 고민하지 않았지만 이날부터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당권 몸풀기’에 나선 상황에 대해 “저도 다선 정치인”이라며 “정치인이라면 언제나 몸이 풀려 있다”고 견제구도 던졌다.
전당대회 기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친윤계 모임 ‘민들레’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민들레는 ‘계파 조장’이라는 비판 속에 6월 출범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르면 이달 하순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당권 레이스와 맞물려 세 결집 움직임이 재개된 것이다. 현재 57명의 여당 의원들이 가입서를 냈고 추가로 가입 의사를 전달한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115명) 중 절반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이들 모임이 누구를 지지할지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모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8월 하순 출범을 계획하지만 비대위 체제 안정화 상태를 보며 서두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의 공부 모임을 운영 중인 가운데 일찍이 당권 주자로 거론된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공부 모임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주류인 친윤계가 내분의 중심에 서면서 정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비윤계 인사들도 호출되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6~8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23.0%)과 이준석 대표(16.5%)가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안 의원(13.4%), 나 전 원내대표(10.4%)가 그 뒤를 이었고 친윤계 정진석(2.6%), 권성동(2.5%) 원내대표의 인기는 저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로 이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이 노골화되자 비윤계 인물이 당의 주도권을 잡고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결과다. ‘현 국민의힘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인물이 누구냐’라는 문항에는 윤 대통령이 49.9%로 과반의 응답을 얻었다. 이 대표(21.4%), 권 원내대표(16.7%), 장제원 의원(4.3%)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ARS로 진행된 해당 조사의 응답률은 4.6%,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 3.1%포인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