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RE100 더 늦으면 경쟁력 약화"…이재용 '탄소중립 결단'만 남았다

■뉴삼성이 온다

<중> 삼성전자 ESG경영 속도

지속가능협의회 대표이사 주관 격상

미중 공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

국내외 사용량도 5년새 20배 증가

다른 전력보다 2배 가량 비싸지만

애플·구글 등 이미 동참 위기감 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협력사의 RE100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을 두고 예년보다 더 무게감을 지닌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부적으로 RE100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RE100 가입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여기에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복권되면서 전문 경영인은 쉽게 할 수 없는 과감한 결단을 내놓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 내다보는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시기는 올 하반기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5월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RE100 가입 시점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하나하나 얘기하는 게 어렵다. 전체적으로 큰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탄소 중립 노력은 실제로 공언(空言)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곳곳의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부터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사업장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멕시코 사업장의 경우 2020년 4.3%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지난해 한 해 만에 71%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5278GWh로 2020년의 4030GWh보다 31%나 늘었다. 2017년만 해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229GWh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20배나 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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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경영진 협의 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대표이사 주관으로 격상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DS)은 이에 더해 최근 폐기물 재활용률 97.5%를 달성했다. 폐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방진복을 개발해 미국 재생 표준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디바이스경험 부문(DX)은 5월 미국 환경청이 주관하는 에너지스타상 지속 가능 최우수상을 9년 연속 수상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당장 완전한 탄소 중립의 길로 가기에는 국내 여건이 만만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한국·베트남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아직도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이 국가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회사도 마땅찮은 탓이다. 반도체 생산 자체가 늘어나면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난해 1740만 톤을 기록해 2020년(1480만 톤)보다 17% 증가했다.

섣부른 에너지 전환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자칫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단가는 다른 전력원보다 1.5~2배가량 비싼 편이다. 삼성전자가 RE100에 가입하더라도 그 유효범위가 스코프 1(기업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 스코프 2(기업의 온실가스 간접 배출) 수준으로만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보관·사용·폐기 등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대상으로 하는 스코프 3까지 영역을 확대할 경우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한 국내 협력사들까지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RE100은 2050년까지 모든 전력 사용을 풍력·태양광·지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약속이다. 영국 비영리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이 2014년 처음 소개한 캠페인이다. 현재 구글·애플 등 전 세계 340여 개 기업이 RE100 캠페인과 함께한다. 한국도 지난해 정부 주도로 모든 전기 소비자가 참여 가능한 한국형 RE100 제도를 도입했다.

김형남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장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올해의 에너지위너상’ 시상식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탄소중립위너상’을 수상한 뒤 “삼성전자는 구매·제조·유통 등 전 부문에 걸쳐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 온실가스 감축, 자원 순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혁신·개선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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