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교회의 역사는 매우 특별하고 아주 좋은 예가 되고 있습니다. 평신도가 교회를 존재하게 하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교황청 역사상 처음으로 평신도로서 장관에 임명된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16일 서강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로마 교황청이 한국 천주교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카톨릭은 평신도의 역할이 매우 특별하다”며 “사실 교회에서 성직자와 평신도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형제자매이며 단지 주어진 역할이 다를 뿐”이라고 이같이 답했다.
루피니 장관은 전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의 대표 국제행사인 ‘2022 서울 시그니스(SIGNIS) 세계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2018년 7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홍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세계 가톨릭 역사상 평신도가 교황청 장관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루피니 장관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1979년부터 인쇄 매체, TV, 라디오 등에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그는 장관 재임 이후 바티칸라디오와 TV, 사회홍보평의회, 공보실 등 교황청의 다양한 미디어를 한데 모아 바티칸 뉴스포털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루피니 장관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시그니스 세계총회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것에 대해 “매우 의미가 깊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중요한 국가이고,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분단국가로 어떻게 화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더 의미가 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층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루피니 장관은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얘기할 때마다 미래에 대해 많이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연결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위로부터 지배가 아니라 아래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책임감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디지털,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매우 중요하다. 바티칸 안에서도 투명성과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현안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어느 기관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며 일반 회사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카톨릭 역시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야 하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18일까지 열리는 시그니스 세계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언론인과 커뮤니케이터 등 약 300명이 참석해 ‘가짜뉴스’, ‘디지털 시대 소통’ 등 언론이 마주한 현실을 두고 다양한 논의를 벌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개막식에서 루피니 장관이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폭력과 침략의 발발로 특징지어지는 최근 상황에서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축하했다. 이어 “200년 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그분 동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언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를 위해 쏟는 노력 안에서 여러분의 가치를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