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연주자들이 유럽·미국 콩쿠르나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며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은 이제 이상하지 않다. 이들 중에는 프랑스 3대 오케스트라인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악장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독일 베를린 오페라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도 있다. 모두 각 악단에서 동양인 최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서울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유럽에서 직접 느끼는 한국과 한국인 연주자들에 대한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해외의 큰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입상하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고, 큰 오케스트라에도 한국인 연주자들이 많이 있어요. 17년 전에 프랑스 유학을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악장을 2018년부터 맡고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유럽에서 직접 체감하는 한국인들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은 지휘자 정명훈이 2000년부터 15년간 음악감독을 맡았던 곳. 그는 “(정명훈) 선생님이 닦아 놓은 바탕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활약이 커지니 이미지도 좋아지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100여명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단원 중 동양인은 4명, 그 중 한국인은 박지윤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은주 뿐이다. 박지윤은 “예전에는 동양인이 ‘테크닉만 좋고 음악성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그런 탓에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 휴식기인 여름마다 한국을 찾는 그는 20일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17년째 함께 하는 ‘트리오 제이드’의 일원으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저는 파리에서 나머지 둘은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각자 다른 음악적 경험이 새로운 곡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여러 문화를 접하고 경험을 쌓으려 하다 보니 한국 연주자들이 해외에 자리잡는 일이 많아지지 않나 해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듯 클래식의 본고장이 유럽인 점도 있고요” 2018년부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의 악장으로 재직 중인 이지윤은 서울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늘어난 해외 활동에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국내 클래식 생태계가 약해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은 유서 깊은 동독 연고의 악단이라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악장에 오를 때 동양인은 자신 뿐이었다는 그는 “당시 위험성 있는 선택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독일 내 오디션에 여성, 동양인 수가 월등히 많다. 이들 없이 클래식 음악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음대 입학시험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월등히 잘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동료들도 한국 음악가들이 어려서부터 잘하는 비결을 물어볼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지윤은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공연 중 하나인 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에서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그는 코른골트의 곡에 대해 “2017년 데뷔 음반 수록곡이기도 해 즐겨 연주하는 곡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