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디지털 펜으로 3D 형상 ‘뚝딱’ 만든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배석형 교수팀, ‘움직이는 3D 스케칭’ 시스템 개발

‘움직이는 3D 스케칭’ 시스템을 개발한 KAIST 연구진. 왼쪽부터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김한빛 박사과정, 이준협 박사과정, 배석형 교수. 사진제공=KAIST‘움직이는 3D 스케칭’ 시스템을 개발한 KAIST 연구진. 왼쪽부터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김한빛 박사과정, 이준협 박사과정, 배석형 교수. 사진제공=KAIST




KAIST는 산업디자인학과 배석형 교수 연구팀이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펜 드로잉과 장난감을 손으로 다루는 듯한 멀티터치 제스처만으로 ‘움직이는 3D 스케치’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때 공상과학 영화의 전유물이었으나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된 접이식 드론, 변신형 자동차, 다족 보행 로봇처럼 여러 움직이는 부분과 관절로 이뤄진 제품은 디자인할 때 형태뿐만 아니라 구조, 자세, 동작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전문가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기존의 3D 캐드(CAD) 소프트웨어는 정교한 형상 작업에 특화돼 있어 움직이는 모델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데, 특히 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넓고 빠르게 탐색해야 하는 디자인 초기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과 비용을 초래한다.

배 교수 연구팀은 모든 디자인은 종이 위에 펜으로 빠르게 그린 2D 스케치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디자이너가 디지털 태블릿 위에 디지털 펜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2D 스케치로부터 입체 형상을 생성하는 '3D 스케칭'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생성중인 3D 스케치를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두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멀티터치 제스처를 설계 및 구현함으로써 순식간에 살아 움직이는 입체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움직이는 3D 스케칭’ 기술을 완성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이준협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제1위 국제 학술지인 ‘ACM 트랜잭션 온 그래픽스’에 게재됐고 이와 연동돼 8월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최대 규모의 국제학술대회인 ACM 시그래프 2022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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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그래프(이하 SIGGRAPH)에는 전세계 유수의 대학교 연구진, 마블(Marvel), 픽사(Pixar), 블리자드(Blizzard)와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사, 영화사, 게임사,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같은 첨단 제조사를 비롯해 메타(Meta),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 관계자 1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교수 연구팀의 기술 논문(Technical Paper) 성과는 SIGGRAPH에서 유망한 신기술을 현장에서 시연하는 ‘이머징 테크놀로지(Emerging Technologies)’ 프로그램에 초청됐을 뿐만 아니라 그중에서도 Top 3 우수 기술로 선정, 특별 강연으로 소개됐다.

제2 저자인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김한빛 박사과정 학생이 불과 10분만에 유려한 형태의 동물 로봇을 그리고 움직여서 입체 동영상을 완성하는 모습은 현장에 모인 청중의 감탄을 자아냈고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우수 전시상(Honorable Mention)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SIGGRAPH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에드윈 캐트멀(Edwin Catmull) 픽사 공동 창업자도 이 연구를 두고 “매우 훌륭한 업적이자, 픽사의 창의력 넘치는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도구?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 시스템은 3D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입체 형상과 같은 수준높은 창의적 결과물을 기존 방식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고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콘텐츠 산업, 제조 산업, 나아가 메타버스 산업의 디자인 실무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지도한 배석형 교수는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작업하는 방식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효과적인 디자인 도구를 만들 수 있다“며 ”직관적인 상호작용 방식을 통해 여러 상이한 알고리즘을 하나의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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