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현장 경영으로 기흥 반도체사업장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방문에 맞춰 2028년까지 이곳에 20조 원을 투자해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9일 경기 용인 기흥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하고 경영진들과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기공식에는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동참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을 공개한 건 지난 12일 정부의 광복절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일주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번 기공식 슬로건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내걸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한 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기흥 캠퍼스는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성과가 모두 이곳에서 비롯됐다. 경 사장은 이날 이 부회장 앞에서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보고하며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흥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겨냥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된다.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 전초기지가 돼 메모리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을 두루 다룬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할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비롯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 작업에 약 20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부지 규모는 총 10만9,000㎡(3만 3000여 평)다.
삼성전자 측은 “기흥 R&D단지 건설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 소재·장비·부품 분야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우수 반도체 연구개발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져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기공식 참석 이후 인근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별도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건의사항 등을 듣고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반도체 부문 사장단 회의를 열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