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굴뚝 보면 민심 안다"…하반기도 거칠어질 노동계

우원식 의원, 고용부 장관에 노사 갈등 지적

"정부·기업 안 도와주면, 고공 농성 이어져"

노동정책 반감·이중구조 여전…갈등 심화

하이트진로에서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격려에 호응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이트진로에서 고공농성을 펼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격려에 호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가 잘 돌아가는지 굴뚝을 보면 압니다. 정부에서 안 도와주고, 기업이 (기업의) 이익만 이야기하면 (노동자가) 옥상으로, 굴뚝으로 점점 고공으로 올라갑니다. 정부의 민심 탐지 능력은 굴뚝을 보면 됩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지적하며 한 말이다. 굴뚝은 2015년 쌍용차 사태 등 노동자의 대표적인 고공 농성 장소다. 노사·노정 관계가 악화될 때 굴뚝 농성이 반복됐다. 51일간 벌어진 파업 과정에서 하청 노조원은 20m 높이 프레임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다. 한 조합원은 철제감옥을 만들고 스스로 몸을 가뒀다. 노사 갈등 탓에 장기간 단식을 하는 노조원도 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나흘째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을 점거 중이다. 우 의원이 이 장관에게 “(노동자들이 굴뚝에)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묻자 이 장관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노사 갈등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새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우려는 상반기 노사 갈등이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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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박명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2년 상반기 노사관계 스케치 : 주요 교섭 및 갈등의 전개와 함의진단' 보고서에서 "새 정부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서 정책기조 변화가 읽혀지고 있다"며 "노동약자에 대한 보호를 중심으로 한 이전 정부와 달리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혁을 도모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근거로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을 두 축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방향을 꼽았다. 경영계는 능력 중심의 임금제와 유연성을 높인 근로시간 개편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개편으로 장시간 근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0월까지 개혁 방안을 만들 방침이다.

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주요 노사 갈등 사례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파업,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SPC 파리바게뜨 노사갈등을 지적했다. 이 갈등은 모두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있는 하층위에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구조는 임금, 기업 규모, 근로자 신분, 원하청 등 여러 부문의 층위가 분절된 시장이다. 박 연구원은 "뿌리깊은 원하청 산업구조는 노동의 균열을 초래하고 하층 노동의 사회적 시민권을 제약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노사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권 초기 노정 충돌 가능성, 노동계의 정부 정책 반감, 노동시장 이중구조, 노사정 사회적 대화 단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은 하반기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다. 공무원 노조도 정부의 임금 인상폭, 인원 감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전반적인 노사관계구도를 보면 하반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노사와 노사정 관계의 재정립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개혁 과제를 만들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도 이중구조에 대한 해법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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