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했다.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해 정통 관료 출신인 이관섭 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임명했다. 홍보수석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정책·정무 ‘베테랑’들을 내세웠다. 미숙한 정책 추진 능력을 보강하고 홍보 기능을 강화해 국정동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새로 신설되는 정책기획수석에 이 전 부회장, 홍보수석에 김 전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인사 단행으로 기존 2실장 5수석 체제는 2실장 6수석 체제로 확대 개편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의 기능 역시 일부 조정됐다. 정책조정기획관은 미래전략비서관으로 명칭이 변경돼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전념한다. 대신 산하에 있던 국정과제비서관과 기획비서관·연설기록비서관은 새로 만들어진 정책기획수석 산하로 옮긴다.
이번 대통령실 개편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4일 만에 단행했다. 전면 쇄신보다는 소폭 개편이지만 시기로 보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조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부적격 장관 후보자 인선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161일 만에 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이른바 ‘광우병 사태’가 터지자 취임 117일 만에 사실상 청와대 전면 개편을 실시했다. 올 6월 지방선거 승리 후 50%대였던 지지율이 두 달여 만에 20%대로 내려앉으며 국정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하자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으로 반전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초 휴가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으며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돌파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섬세하지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정책 추진 과정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참모진 모두 대통령께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미숙했다는 점은 통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부처가 윤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한 뒤 추진해 논란을 빚은 ‘주 52시간제도’ 월(月) 단위 개편과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등의 과제는 사회적 논의도 하지 못한 채 반발만 사고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 5세 취학은 초등학교 돌봄 확대와 함께 추진됐고 주 52시간제도 개편은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큰 현안으로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하지만 섬세하지 못한 정책 추진으로 반발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쇄신을 위해 정책기획과 홍보수석에 베테랑을 기용했다. 이 수석은 산업부 1차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며 정책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모두 겸비했다. 이 수석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전면 쇄신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 수석은 “저는 큰 나라의 어떤 결정을 하거나 작은 결정을 할 때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섬세하고 신중한 자세로 정책들을 돌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정책과제·기획·연설기록비서관의 업무를 관할하며 국정과제 추진 로드맵을 새로 짤 것으로 보인다.
홍보수석에는 ‘윤심(尹心)’을 대변한 김 전 의원이 전면에 섰다. 방송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맡은 홍보와 공보 전문가다. 김 수석은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바람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잘 전하는 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 꾸짖어주시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개인 사유로 사퇴한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자리에는 임종득 육군 예비역 소장을 내정했다. 임 신임 2차장은 육사 42기로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 육군 17사단장을 역임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국방비서관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