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대판 고려장"…아파트 복도에 사는 80대 할머니의 사연

재산 두고 자식간 다툼…지난 7월부터 바깥 생활

"최근 불효 소송 증가…최소한 의식주 마련해야"

"부모의 경우 존속유기죄 해당…가중처벌 될 수 있어"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궁금한이야기Y 유튜브 캡처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궁금한이야기Y 유튜브 캡처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궁금한이야기 Y'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부터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동네 주민은 “A씨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숙식을 해결했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비밀번호가 바뀌었다는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딸과 함께 생활했지만 어느 날 막내딸이 집을 나가라고 통보한 뒤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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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옛날에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 이게 현대판 고려장"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게 다 할머니(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과거 남편과 동대문에서 유명 제화업체를 운영했다. 사업 성공으로 큰 돈을 번 A씨는 아들과 큰딸에게 수십 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 월세 6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하지만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다퉜고 고시텔 소유권이 아들에게 넘어가면서 갈등이 생겼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를 직접 만나 사연을 들은 B변호사는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의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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