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칩4는 '강제성 없는 협의체' 中에 강조…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기로에 선 한중수교 30년]

포스트 30년 전략 시급

美 주도 IPEF·中 참여 DEPA 등

'다자관계'로 얽히고설킨 韓

실리에 기반한 통상정책 필요








“칩4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배제한다는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됩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꾸준히 강화해 나가면서 미국과 관련 사안을 조율해 나가야 합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미국·한국·일본·대만 등 4개국이 결성을 추진 중인 ‘칩4’와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측은 칩4 결성과 관련해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을 상대로 한 기술 견제 분야에 맹목적으로 참여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칩4 사태에서 보듯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양자 관계가 아닌 미국·일본·중국 등이 얽히고설킨 다자 관계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으로 알려진 다자 간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도 5월 출범하며 한중 관계를 둘러싼 외교·통상 분야의 경우의 수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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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실리에 기반한 외교·통상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과의 협력 범위는 꾸준히 넓혀가는 한편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도 신중히 관리해 한중수교 ‘포스트 30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요청한 칩4 예비회의 참석과 관련해 의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수출 비중의 과반을 차지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 측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개별 기업의 칩4 참여 배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칩4가 민간이 아닌 각국 정부 간의 협력체라는 점을 강조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개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중국에 반도체 수출 시 칩4 차원의 통제가 없도록 관련 대책도 수립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대만과의 관계 설정에도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칩4가 ‘반중(反中) 연합’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납득시키면서도 칩4를 반도체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욱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칩4는 국제협약처럼 강제성이 없는 우방국 간 협력체”라며 “칩4에 미중 진영 대결 등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측에 이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칩4는 실무자급의 다자 대화 창구로 칩4 가입시 미중 간 대립 사이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주도하는 IPEF 또한 ‘대중국 포위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빠진 다자 협력체를 통해 한중 간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 등이 주축인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을 비롯해 일본이 중심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최근 몇 년 새 다자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들 협정 가입을 통해 다자 협업 구도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과의 접점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15년 체결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부문 개선 작업에도 나서는 등 중국과 양자통상 분야의 협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칩4나 IPEF 등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틀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양철민 기자·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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