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찾은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에 위치한 BOE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BOE는 도약을 위한 분기점에 서 있다. 애플 아이폰13부터 OLED 패널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기업의 하청 업체 수준에 불과했던 BOE는 이제 삼성·LG디스플레이가 양분하던 OLED 패널 시장에 균열을 낼 만큼 커졌다. 우리의 기여도 한몫했다. BOE가 2003년 하이디스(옛 현대전자)를 인수한 데다 한국인 엔지니어를 영입해 기술의 일취월장을 이룬 탓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우리는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업체”라며 의기양양했다.
BOE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 ‘기술 굴기’의 생생한 표본으로 꼽힌다.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 외화 벌이의 전진 생산 기지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핵심 산업에서 한국을 속속 제치고 있다. 그 결과 줄곧 흑자였던 대중 무역도 올 들어 8월까지 넉 달 연속 적자를 냈다. 이달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산업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말 내놓을 수출 활성화 방안에 ‘산업 고도화 전략’을 담는다.
주요 업종이 모두 중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만큼 사실상 대중 무역 대책에 다를 바 없다. 이미 우리의 중국산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는 전체의 29.5%(2022년 7월 기준)나 된다.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5%포인트나 높아졌다. 우리의 중간재 수출은 중국의 기술 자립으로 눈에 띄게 줄고 중국산 소부장 의존은 커져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산 중간재가 들어간 완제품을 중국이 수출하는 분업 구조가 끝나가고 있음이 대중 무역적자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중국 소부장 의존도를 낮출 방안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의 디커플링이 극심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 결과 국내 대표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줄이고 미국 등 우방국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늘리고 있다. 자칫 중국이 원자재 수출 금지 등의 몽니를 부리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냉전 격변기에 한중 관계의 재정립이 필수”라며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기업 성장을 막는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