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은 아름다우나 전시가 끝난 뒷모습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전시 과정에서 설치한 가벽 등 폐기물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전시 공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가벽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형 파티션’을 도입했다. ESG경영의 실천을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리움미술관에서 개최한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시 때 27t에 달하던 전시 폐기물은 모듈형 파티션을 사용한 지난 3월 전시 ‘아트스펙트럼 2022’에서는 9.2t, ‘이안 쳉: 세계건설’에서는 7.1t으로 현격하게 줄었다. 기존 전시 공사 방식에 비해 매번 62% 가량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전시 연출을 담당한 김성태 수석 디자이너는 “오는 9월 2일 개막하는 ‘구름산책자’의 전시 폐기물은 약 4.7t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에는 쿠마 켄고, 돈 탄 하 등 환경과 재료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을 펼치는 작가들도 포함됐다. 환경 문제를 동시대적 가치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속적으로 전시 공사 폐기물 감축을 실천해 온 삼성문화재단이 지난 22일 한국경영인증원으로부터 환경 및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에 대한 국제표준(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인증을 획득했다. ISO 14001과 45001 인증을 받은 것으로, 이는 조직이 환경과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과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추진과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인증 심사는 삼성문화재단 전 부서가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환경 경영을 위해서는 “지난 4년 간의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변환한 후, 탄소배출의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ESG경영의 실천은 이 뿐만이 아니다. ‘포용적 미술관’을 강조하는 리움미술관은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위해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대표 소장품 15점을 수어해설 영상물로 제작했다. 이 영상들은 미술관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가이드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도 제공된다. 청각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수어와 자막 2가지를 모두 만들었고, 기획부터 편집·검수 등 영상제작 전반 과정에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리움미술관은 하반기에 장애인 초청 관람행사를 개최하고 서울농학교·서울삼성학교 등과 협력해 청각장애 어린이 미술감상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 분야의 ESG 실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협력할 것이며, 환경과 안전보건경영과 같은 기본 경영시스템은 심사 이후에도 개선될 수 있도록 임직원이 직접 의견을 제안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면서 “향후 ESG 관계자 포럼, 탄소감축 실천, 친환경 상품 출시 등 여러 방면의 ESG 실천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