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해 주목을 받은 5000억 원 규모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이 미래에셋과 IMM금융그룹이 총대를 메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최근 금리 상승과 증시 침체에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돼 대형 펀드 결성이 어려워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털(VC)들도 고사하던 사업이었다.
23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5000억 원의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을 위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IMM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가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양사는 아직 제안서를 접수하지는 않았지만 펀드 조성 가능성을 파악하려 민간 출자자(LP)들을 대상으로 투자 의향을 두루 타진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바이오 전문 벤처 펀드를 조성한 경험도 있다.
복지부는 예산 1000억 원과 국책은행들의 출자금(1000억 원)을 활용해 5000억 원 규모로 바이오·백신 펀드를 연내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간 자금 유치와 펀드 운용 및 투자를 맡을 위탁 운용사 두 곳을 선정해 각각 25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운용사는 펀드 약정액의 60% 이상을 제약 및 백신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국내 바이오 기업 육성을 위해 야심 찬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 속에 바이오 분야에 돈줄이 마르자 펀드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VC들을 찾기 어려웠다. 실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5000억 원의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을 위해 미리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B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289080) 등에 출자 사업 참여를 권유했으나 모두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전문성이 높고 자금력도 풍부한 한투파조차 신규 펀드 조성에 두 손을 들 만큼 현재 시장의 바이오 투자심리는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협회를 이끌고 있어 이런 사정을 파악한 IMM인베의 지성배 회장과 평소 바이오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각각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벤처투자는 26일까지 펀드 조성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9월 중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인데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IMM인베와 미래에셋벤처 정도여서 별다른 경쟁 없이 두 곳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VC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벤처와 IMM인베가 정부의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에 일조한다는 방침이지만 민간 출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으면 국정과제가 좌초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국책은행의 출자금 1000억 원 중 산업은행(450억 원)과 기업은행(250억 원) 외에 수출입은행(300억 원)이 가세해 바이오·백신 펀드는 벤처투자조합이 아닌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로 설정된다. 수은이 관련 법에 따라 벤처 펀드 출자는 불허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