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예측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하락했다. 거침없이 치솟던 물가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수입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물가 정점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한 2021년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국제 유가 하락 등 글로벌 물가 흐름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하반기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서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며 “다만 폭우 등으로 채소·식품가격이 오르면서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체감한 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은 5.1%로 7월과 동일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한 88.8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고물가와 주요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물가 피크아웃과 글로벌 통화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향후 1년 뒤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76)는 전월 대비 6포인트 하락하며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 확대와 매수 심리 위축,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