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이하 단기 방문(C-3) 비자를 발급 받고 7월 한 달 동안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7월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명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 주요 도심 상권이 속한 중구·종로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줄었다. 과거 서울을 대표하는 핵심 상권이었던 강북 도심 상권이 무너진 결과다.
24일 서울경제가 서울시의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된 생활인구를 집계한 결과 7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명동의 90일 이하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는 7961명으로 2019년 7월의 1만 5945명보다 50.1%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 감소율이 큰 자치구는 중구(-58.1%),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44.9%), 종로구(-38.6%) 순으로 나타났다. 홍대거리가 포함된 마포구도 28.3% 줄었다. 서울시 전체로는 22.1% 줄어든 가운데 송파구도 2.2% 감소했으나 강남구는 0.5%, 서초구는 20.8% 각각 증가해 강북과 강남 주요 상권 지역 간 차이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단기 체류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은 2019년 7월에는 중구(4만 6346명)로 두 번째로 많은 강남구(1만 8159명)와 큰 격차를 보였으나 올해 7월에는 중구 1만 9400명, 강남구 1만 8259명 순으로 차이가 좁혀졌다.
생활인구는 서울시가 공공 데이터와 KT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시점·장소 체류 인구를 집계한 통계로, 서울 밖에서 유입된 인구를 포함한 내국인과 장·단기 체류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 단기 체류 외국인은 관광, 출장 등 비영리 목적의 입국을 위해 90일 이하 단기 방문 비자를 발급 받은 외국인으로, 대부분 관광객으로 추정돼 지역 상권의 활성화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된다.
중구의 15개 행정동 중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구 전체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명동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명동 방문 감소는 중구 전체의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과거 명동 상권의 ‘큰 손’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대폭 감소했다. 3년 전 명동의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 중 33.2%를 차지했던 중국인 비중은 올해 7월 들어 10%로 낮아졌다.
단기 방문 비자 발급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020년 4월 중단됐다가 올해 6월부터 재개됐다. 중구의 7월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인구는 6월 대비 27.2% 늘어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명동 상권의 공실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명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 도심 상권이 코로나19 이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북 도심 상권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다른 상권과 차별화된 매력을 찾기 어려운 조건, 특히 명동의 경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의류 위주의 업종 구성이 꼽힌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예전에는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접근성이 상권의 주요 경쟁력이었고 강북 도심 상권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지만 이제는 주요 소비 계층의 취향에 맞는 차별화가 더 중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생활인구도 3년 동안 중구(-9.2%), 종로구(-6.4%)가 25개 구 중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로는 0.1% 늘었고 강남구는 1.8%, 송파구 1.3% 각각 증가했고 서초구가 3.7% 감소했다.
서울시는 최근 강북 도심의 활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종묘-퇴계로 일대에서 고밀복합개발과 녹지 확충을 추진하는 방안을 담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지난달 일제 강점기부터 단절돼 있던 창경궁-종묘 녹지축 연결, 이달 초 광화문광장 재개장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