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킨잘






2018년 3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방의회 시정연설은 예년과 많이 달랐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시간의 거의 절반을 할애해 연단 뒤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다양한 동영상과 사진 등을 띄워가며 전황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이른바 슈퍼 무기를 자랑했다. 킨잘은 이날 선보인 6개 종류의 슈퍼 무기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킨잘에 대해 “세상에 유사한 체계가 없는 고정밀 극초음속 항공·로켓 복합체”라며 “현존하는 모든 방공 및 요격 미사일 시스템은 물론 가까운 미래의 시스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강대국인 미국도 보유하지 못한 신무기였다. 서방 세계는 놀라면서도 개발 성공 여부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미그31 전투기가 2019년 12월 북극 지역에서 킨잘 발사 시험을 하고 2020년 12월 이 전투기가 미국 알래스카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추코트카자치구에 배치되자 개발 성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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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로 ‘단검’을 뜻하는 킨잘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의 공중 발사형으로 볼 수 있다. 전투기에 탑재해 하늘 높은 곳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사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사거리가 500㎞인 이스칸데르의 4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마하 5 이상 속도일 때 극초음속으로 분류하는데 킨잘의 속도는 마하 10으로 추정된다. 낮은 고도에서 이 정도 속도로 회피 기동까지 하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국가는 러시아·중국·미국 정도다. 북한은 2021년 9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기술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세 차례 킨잘 미사일을 실전 사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킨잘을 탑재한 미그31 전투기 3대를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전쟁 개입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실전에서 사용되는 세상이 됐다. 우리도 무기 고도화로 철통 군사력을 확보해야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을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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