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에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 논란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주요 공직의 자격과 임기 등을 규정한 플럼북(Plum Book)을 도입하자는 해법이 제시됐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한국형 플럼북’ 발간을 정례화하는 ‘국가공무원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인사혁신처장이 국가의 주요 직위에 관한 직무, 자격 조건, 임명 절차, 임기 등을 명시한 명부록을 작성해 대선 다음날에 공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플럼북은 차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부·공공기관 직책 리스트와 자격 요건을 명시한 책자이다. 미국에서는 플럼북에 따라 새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므로 우리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돼왔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 기관장의 사퇴를 강요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 데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염치없이 다수의 알박기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 공직자 가운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크게 다른 인사들은 스스로 사퇴하는 게 상식에 맞다.
새 대통령이 인사할 수 있는 대상자의 직위와 자격 조건, 임기 등을 명확히 할 경우 버티기나 알박기 인사 논란을 없애고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의 임명도 줄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을까. 여야가 유사한 문제 의식을 가진 만큼 머리를 맞대고 ‘한국형 플럼북’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