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26만 600명으로 1년 전보다 4.3% 줄었다. 2012년 48만 4600명이던 출생아 수가 불과 10년 만에 22만 명 넘게 증발한 셈이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 9961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6만 명을 밑돌았다. 합계출산율 역시 0.75명으로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81명이었는데 올해는 0.8명 선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1.33명)보다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에 사는 인구가 1949년 인구 총조사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한 인구 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최악의 인구 절벽 위기에서 벗어나고 2% 선까지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역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2006~2020년 총 380조 2000억 원의 저출산 관련 예산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속도는 외려 가팔라졌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발상을 전환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주택·교육 등을 포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공공 보육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당장 출산율을 크게 높이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한국으로의 이민 확대 정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노동이 아닌 과학기술과 첨단 신산업 등에서 일할 수 있는 해외의 고급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 ‘인재 플랫폼 국가’로 거듭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보육·교육·주거·안전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기술 위주의 경제가 뒷받침된다면 아이를 낳고 싶은 국가, 이민 가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