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확실성 인정하는 정책 소통 필요” 이창용 총재, 잭슨홀서 강조

한은 총재 첫 잭슨홀 발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는 ‘과도하게 단순’

구조적 장기침체 빠졌을 때 출구전략 있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현지시간) 잭슨홀에서 대외 불확실성에 노출된 신흥국일수록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환경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면 중앙은행이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미리 줘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시 저물가·저성장 위험에 직면하면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이 총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팬데믹 이후 정책 전망(The Outlook for Policy Post-Pandemic)’ 세션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더글러스 렉스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작성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 경제에 대한 교훈’ 논문을 바탕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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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방향에 대한 신호를 주기 위한 소통 방식을 말한다. 일본 등 선진국이 제로금리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낮춘 이후로도 정책적 효과를 위해 도입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 중 하나다. 예를 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2013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제로(0%)로 유지하겠다”라고 하거나 “실업률이 6.5%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과 같은 표현을 말한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하게 단순화’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과도한 단순화로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진다”며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당시 연준의 긴축 정도가 크지 않고 정책 전환 기조가 조심스럽게 언급됐음에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중단한 것은 이러한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단점 때문이라는 지적했다. 특히 신흥국은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이상적 방법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앞으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흥국이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지면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출구전략 유연성을 제약한다는 논리다. 이 총재는 “한국은 물론 중국, 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이들 국가가 장래에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라며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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