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재유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산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이 올해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백신에 대한 임상 지원은 이어졌지만, 치료제는 배정된 예산은 쓰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매출이 폭증하고, 일본 시오노기 제약의 '조코바'는 임상 3상 종료에 따른 긴급사용승인이 임박하면서 국산 코로나 치료제 확보를 위한 개발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와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지원을 받은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지난해 말 5차 임상지원 사업에서 샤페론이 선정된 이후 올해는 현재까지 예산 집행률이 '0%'인 셈이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올해는 지난달 유바이오로직스(206650)에 이어 지난 24일 셀리드(299660)가 백신 임상 지원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치료제 임상지원 목적으로 확보된 475억 원의 예산은 불용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해 “전체 예산 중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 원이 넘어가는 나라에서 왜 이렇게 개발을 못 한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올해들어 개발을 중단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유일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성공시켰던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6월 흡입형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종근당(185750)이 '나파벨탄주(CKD-314)'의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했다. 대웅제약(069620)도 'DWJ1248'를 활용한 예방 적응증과 경증·중등증 대상 임상 2·3상을 중단했다. 모두 전세계적인 앤데믹(코로나19 풍토병화) 전환에 따라 임상 환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사업 타당성이 낮아진 게 주요 중단 사유였다.
해외 제약사들은 대규모 임상 자금을 투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팍스로비드' 상용화에 성공한 화이자는 올해 2분기에만 코로나19 치료제로만 무려 81억 달러(약 10조 80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복용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제다. 이어 일본 시오노기 제약이 개발 중인 '조코바'는 지난 26일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며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앞서 일본 보건 당국이 임상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코바’는 일동제약(249420)이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자금 조달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있다. 신풍제약(019170)은 '피라맥스'를 활용해 국내외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임상 2상도 추가했다. 제넨셀은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의 임상 2상 투약을 최근 시작했다. 대원제약(003220)은 국내 임상 2상, 진원생명과학(011000)도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현대바이오(048410),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이뮨메드, 비엘(142760) 등 총 13개 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위한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임상 비용이 예상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없이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스스로 치료제를 개발하기에는 동력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