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에도 방한을 희망하다 끝내 별세한 영국군 6·25 참전용사가 전우들이 묻힌 한국 땅에서 영면한다
2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이달 영국에서 90세 일기로 별세한 참전용사 제임스 그런디 씨의 유골이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엔군 합동 묘역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고인은 19세인 1951년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해 '시신 수습팀' 대원으로 활약했다. 한반도 곳곳을 돌며 전장에서 숨진 동료들의 주검을 찾아 부산에 있는 묘역으로 옮기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는 당시 전우를 매장할 때마다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다. 나는 절대로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고 한다.
그는 2년여간의 복무 뒤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전우들과 약속을 잊지 않았다.
1988년께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기 직전까지 30년 넘게 매년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숨지기 불과 석 달 전이자 암 투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던 지난 5월에도 방한을 희망했다.
그의 입양 손녀인 박은정 씨는 CNN에 "매년 한국을 다시 찾는 것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방한은) 그의 삶에서 유일한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전우들과 함께 (부산) 묘역에 묻히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22개국 출신 용사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세계 유일의 유엔군 합동 묘역이다. 현재는 상당 수가 본국으로 송환된 가운데 11개국 2000여 명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