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뜻에서 '머릿 속 시한폭탄'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5월 사망한 배우 강수연에 이어 최근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도 뇌졸중의 일종인 뇌출혈이 원인으로 알려지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런 가운데 한의계에서 처방되는 우황청심원의 뇌졸중 예방 효과를 입증한 실험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어 관심을 끈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관절연구소 홍진영 선임연구원 주도로 시행한 실험연구에서 우황청심원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다양한 신경재생인자의 발현을 촉진시켜 뇌졸중 예방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배아일 17일차 쥐의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우황청심원을 3가지 농도(2, 10, 50μg/mL)로 나눠 처리한 다음, 각 세포들을 포도당이 없는 배양액과 저산소 환경에서 배양시켜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 상태를 유도했다. 이후 신경세포를 염색해 차이를 분석한 결과 우황청심원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신경세포 생존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황청심원의 효능을 추가 검증하기 위한 항산화효과 실험도 진행됐다. 뇌졸중으로 인한 신경손상이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킨다는 데 착안해 산화질소 합성효소인 iNOS(inducible Nitric Oxide Synthase)의 발현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실험 결과 우황청심원은 iNOS를 억제함으로써 산화인자의 활성도를 낮추고 산화스트레스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우황청심원이 뇌졸중을 예방하는 신경재생인자들의 발현량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을 처리한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뇌졸중을 유도한 이후 세포재생 관련 유전자 중 하나인 NF200(Neurofilament200-kDa)과 신경재생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GAP-43(Growth Associated Protein-43) 발현량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NF200, GAP-43 등 신경재생인자의 활성을 촉진해 뇌졸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또한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의 재생량도 우황청심원의 농도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황청심원이 혈관 생성과 신경세포 기능향상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활성화시켜 축삭돌기의 성장을 촉진했다고 해석했다. 우황청심원이 혈관보호인자인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1)과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핵심 구성 단백질 PSD-95의 생성도 증가시킴으로써 신경세포 보호 및 뇌졸중 예방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입증했다는 판단이다.
우황청심원은 우황, 사향, 인삼 등을 비롯한 총 21종의 한약재로 구성된다. 한의계에서는 예로부터 혈압을 조절하고 흥분성 신경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특히 진정작용이 탁월해 긴장, 두통, 현기증을 비롯해 뇌졸중 또는 경련 등 뇌혈관 질환에 대중적으로 널리 이용되며 '구급약'이라고 불린다. 시중에서는 주로 금박을 두른 환 형태와 액상형 2가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흔히 우황청심'환’과 혼용되어 쓰이지만, 중국의 우황청심환과 처방 구성 및 악효가 달라 한의학의 정식 명칭은 우황청심원이다.
홍진영 선임연구원은 “전통 한의학 처방으로 활용돼 온 우황청심원의 우수한 뇌졸중 예방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된 실험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뇌졸중 뿐만 아니라 각종 뇌?심혈관계 질환 치료에도 우황청심원을 응용한 한의 치료법을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황청심원의 뇌졸중 예방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이번 연구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안티옥시단츠(Antioxidants)’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