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1400원도 열어둬야"…高환율 → 高물가 → 高금리 '더 짙어진 S공포'

[원·달러 환율 1350원 돌파]

美,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예고에

원화 투매 이어져 1차 저항선 '붕괴'

위안화 약세도 원화가치 하락 부채질

수입물가 자극…물가 정점 지연 우려

한은, 금리인상 폭 놓고 고민 커질듯






‘제롬 파월발(發) 쇼크가 현실이 됐다.’

29일 외환시장은 시작부터 급등세로 출발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를 예고하자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투매가 이어졌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그간 1차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50원을 오전에 돌파했다. 2009년 4월 말 이후 무려 13년 4개월 만이다. 이날 하루에만 2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1400원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내외 여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미국·유럽·중국 할 것 없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에 수출 기업이 덕을 봤지만 이제는 우리 기업의 현지화로 수입물가만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외통수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10전 오른 1350원 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23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46원 60전)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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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불붙은 환율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지난 주말 매파적 발언을 쏟아낸 파월 의장의 ‘입’이었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 시간) 잭슨홀미팅에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고강도 통화 긴축 의지가 확인되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수요가 쏠리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사상 최고 수준인 109까지 상승했다. 반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역외시장에서 장중 한때 6.93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위안화 환율이 6.9위안을 넘어선 것은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위안화 약세는 최근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뚜렷해진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1차 저항선을 뚫은 만큼 연내 1400원 돌파 가능성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미팅에서 연준의 매파 기조가 확인돼 당분간 강달러 기조를 꺾을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며 “유로화의 추가 약세가 달러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단도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유럽발 에너지 대란으로 유가가 다시 요동치고 중국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가파른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9~10월로 예상된 물가 정점을 지연시키며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물가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오를 경우 유가와 곡물 가격 등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기며 가뜩이나 줄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더욱 빠르게 고갈시킬 수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올 7월 말 기준 4386억 달러로 전고점이던 지난해 10월(4692억 달러)과 비교해 6.6% 감소한 상태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궤도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한은은 아직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치솟을 경우 금리 인상 폭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잭슨홀에서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계속 5%보다 훨씬 더 위에 머무른다면 한은도 미 연준처럼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역적자와 정치적 불안 등 내부 요인으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자본 유출을 일으켜 거시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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