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이 용어가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를 가리키는 데에 주로 사용됐다면, 최근 들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반려동물이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단순히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가 담긴 ‘애완동물’보다 사람과 동물 간에 오가는 깊은 정서를 중시한 단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2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 가구로, 2019년 대비 47만 가구가 증가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오픈 서베이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74%에 달했다. 더불어 통계청은 2020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반려동물 양육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은 어엿한 가족으로 자리매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 산업을 가리키는 ‘펫코노미(Petconomy)’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 또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소비 행태도 다양화되고 있는데, 반려동물이 신을 수 있는 신발부터 시작하여 펫 적금이나 동물보험 등의 금융상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반려동물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람과 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같이 외출하기 수월하고, 보편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관련한 서비스다. 애견용 브라우니, 카푸치노, 아이스크림 등 창의적인 간식을 판매하거나 애견과 함께 출입할 수 있는 물놀이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애견 카페와 강아지 수제 간식 가게도 있는데, ‘똥강아지 카페’, ‘펫푸드연구소 하루의 하루’가 대표적이다.
◇ 독특한 포토존으로 차별화…애견카페 ‘똥강아지 카페’
- 일반 카페가 아닌 애견 카페를 창업한 이유가 있다면.
“지금 반려동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나도 저희 강아지들과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저희 강아지들처럼 활발하게 뛰어놀지 못하는 소극적인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극적인 강아지들은 넓은 운동장에 가도 잘 뛰어놀지 못한다. 넓은 운동장에 나가기 전에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예비 운동장 같은 개념인 공간을 만든 거죠.”
- 애견 카페를 운영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큰 어려움은 노키즈존 여부였다. 애견 카페를 ‘많은 상주견을 데려다 놓고 그 강아지들을 만지고, 안고 체험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물론 지금껏 많은 애견 카페가 그러한 방식으로 영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인식이 그렇게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애견 카페도 많거든요. 강아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강아지도 나와 같은 생명이고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을 특히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개업 초반에 다른 손님 강아지들을 함부로 안아 올리고, 먹이 체험하듯 간식을 주는 모습, 발을 굴러 겁을 주거나 창문에 매달리는 모습들을 보고 통제가 힘들다고 느꼈다. 나는 사람이 체험하는 곳이 아닌 강아지가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노키즈존으로 결정하며 나이 제한을 두게 됐다. 아직 입구에서 죄송하다며 아이 손님을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
- 현재 반려동물 법과 관련해서는 공무원들조차 모르는 점도 많고, 대중에게 관련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려동물 공간을 운영하며 생긴 관련 법률에 관한 의견이 있나.
“처음에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구청에 가서 신고하려는데, 영업허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어떤 담당자분은 어떠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다른 담당자분은 다 괜찮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또한, 지역구에 따라 기준이 달라서 이 부분을 조금 더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는 카페, 식당, 쇼핑몰 등이 생기는 것은 반려인으로서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유행처럼 너도나도 반려동물을 데려오고, 트로피처럼 데리고 다니다가 싫증이 나면 책임감 없이 유기할까 봐 가장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것도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다른 애견 카페들과 구별되는 똥강아지 카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똥강아지 카페가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구름에 올라탄 강아지 사진이었다. 이런 식으로 독특한 포토존을 만들어 놓은 곳은 흔하지 않아 많은 분이 좋아해 줬다. 이렇게 다른 곳에는 없는, 똥강아지 카페에만 있는 포토존들이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새는 SNS에 인생샷을 많이 찍어 올리지 않나, 강아지도 예쁘게 견생샷을 남기고 두고두고 간직하고 꺼내 보는 것이 견주의 또 다른 행복 아닐까요(웃음)? 전문 스튜디오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주인과 함께 놀면서 사진을 찍으면 강아지가 정말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또한, 똥강아지 카페는 공원 바로 앞에 있으므로 공원 산책을 다녀와서, 다녀오기 전에 쉼터처럼 들릴 수 있는 카페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온 동네 강아지들이 많이 오가는 공원인데, 사람만 커피를 마시면서 쉬면 강아지들은 억울하지 않나. 그래서 강아지들도 사람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강아지 음료와 간식도 준비해 두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산책을 다녀와서 똥강아지 카페를 꼭 들러야 한다고 카페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강아지, 맛있는 것을 먹으러 오는 강아지 등 다양하게 쉬어가는 강아지가 많아졌다.”
- 카페에 방문하는 분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똥강아지 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예쁜 사진도 있지만, 같은 반려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좋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서로 강아지 산책친구가 되고, 혹은 병원, 미용실을 공유하는 등 반려인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강아지가 하나의 공통 관심사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똥강아지 카페를 많이 좋아해 주고 찾아주는 이유는 독특한 똥강아지 카페만의 분위기와 포토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더 만들어 낼 생각이다. 먼 얘기지만 강아지를 위한 문화공간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애견 카페, 강아지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놀잇감이 되지 않는 곳이라는 곳으로 인식을 점차 바꿔나가면서 강아지의 눈에서 바라볼 때, 더 행복한 곳으로 생각이 들게끔 연구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 ‘반려견’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180도로 바뀌게 할 수 있는 것이 반려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반려견을 추가하는 개념이 아니라 반려견으로 내 삶이 바뀔 수가 있다는 거죠. 나도 반려견이 있기 전에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반려견을 나보다 더 생각할 수 있게 했으니까요. 반려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똥강아지 카페를 만들게 됐고, 지금은 다양한 강아지를 함께 보면서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닐 수도 있었지만, 반려견으로 인해서 내 삶도 완전히 바뀌었고, 이것이 삶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애견 카페 창업을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처음에 우리 강아지와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쉽게 창업한다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손님이 강아지와 함께 오면 손님과 강아지들을 응대해야 하므로 우리 강아지와 함께 있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렇다면 처음에 생각했던 창업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부분에 조금 실망을 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는 반려동물이 자식과 같은 개념이라 반려동물에 대해 더 공부는 물론, 트렌드도 잘 맞춰서 따라가야 한다. 애견 카페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려면 시장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 미슐랭 셰프 출신이 만든 애견 수제 간식 전문점 ‘펫푸드연구소 하루의 하루’
-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소문난 미식가인 나는 먹는 행위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어느 날 문득 매일 똑같은 식감의 사료만 먹는 저희 반려동물 ‘하루’가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료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영양학적 지식에 기반해 급여량이 결정되는지 궁금해졌다. 다양한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펫푸드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고,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님인 박규원 대표의 손재주가 좋아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같은 듯 다른 둘이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 수제간식 제조업을 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동물’을 위한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오직 ‘가축’을 대상으로 한, 축산업 발전을 위한 사료 관련 법만 존재하죠. 그러다 보니, 성분검사와 성분등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동물 간식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하고, 허용되는 재료들을 살펴보면 아이들에게 건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아요. 하지만 당장 법을 바꾸는 것은 힘드니 전문 지식을 가지고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때 가장 답답하다.”
- 반려동물 간식 제조업 관련 법률에 관한 의견이 있나.
“성분검사와 성분등록을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현재 급증하는 펫푸드 업장들에 대한 점검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검사와 등록만 해놓고 재료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는 등 위생관념이 결여된 곳도 있구요. 반려동물을 위해서는 성분검사와 성분등록도 중요하지만, 점검과 검문을 통해 등록된 재료로 만든 제품이 판매가 되고 있는지, 위생 기준을 계속 준수하는지 등에 대한 제도와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 음식점이 보건소 검문을 거치듯 말이죠.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펫푸드에 대한 애정과 사랑 없이 돈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장사가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먹고 아프거나 탈이 나도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법의 규제로써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기쁜 일이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점이기도 하다. 펫푸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의 먹는 행복이 늘어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하지만 제대로 된 영양학적 지식과 고려 없이 생겨나는 펫푸드점들 또한 증가하는 것은 안타깝고 아쉽다.”
- 하루의 하루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 출신의 규원 선생님과 영양학적 지식이 넘치는 다정한 초롱 선생님이 함께 내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고,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수제간식과 펫케이크도 판매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펫푸드 레시피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나아가 펫푸드 자격증이나 다양한 클래스들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에 성공해서 바른 길을 걷고 계신 수강생님들을 볼 때면, 다 저희 공이라고 할 순 없지만 뿌듯한 마음이 차오르곤 해요. 사랑이 넘치고, 건강한 레시피가 넘치는, 그것이 저희의 가장 큰 자랑이다.”
- 손님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나.
“가끔 ‘우리 아이는 사료 아니면 안 먹여’, ‘사람 먹는 음식 주면 일찍 죽는대’ 이런 편견을 가진 분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께 현재 반려동물에게 급여하고 있는 사료의 재료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우물쭈물 소고기, 닭고기 들어간 걸 먹인다 정도의 대답만 돌아오죠. 결국 사료도 ‘식재료’로 만든다. 사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대부분 알지 못한다. 수제간식의 좋은 점은 무엇이고 사료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런 단순한 호기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건강하고 영양 넘치는 식탁을 지켜내 줬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전문 출판사에서 온 러브콜로 올 연말에는 펫푸드 레시피 북을 출간한다. 유기묘 유기견들을 위한 기분 좋은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구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수강생님들께 귀감이 되는 저희가 되고 싶어요. 많은 분의 창업을 옆에서 진심으로 돕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서, ‘펫푸드’를 넘어선 ‘펫다이닝’의 확립을 이루는 게 꿈이다.
잠도, 쇼핑도, 여행까지도 모든 걸 함께하는 반려동물에게 우리의 사랑을 음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 반려견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반려견이 아파서 반차를 냅니다’라는 말에 코웃음 치던 저였어요. 그런 내가 이젠 저런 말에 코웃음 치는 사람을 나무란다.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살아보지 않은 분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가족이 아프면 슬프고 가족이 행복하면 기쁜 그 마음. 반대로 나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나의 기쁨을 함께 꼬리 흔들며 좋아해주는 그들의 마음. 이건 가족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어요.”
- 애견 수제간식 창업을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펫푸드를 처음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계기라고 믿어요. 출산하면 아이들 분유 하나도 꼼꼼히, 이유식 식재료 하나도 꼼꼼히 하는 부모의 마음이 있잖아요. 그 마음 그대로, 우리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한 펫푸드를 만들고, 영양학적 지식도 공부해주세요.”
현재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려동물 가구 수에 비해 우리나라의 제도적인 부분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동물 관련 창업 준비 시 영업 신고 기준의 모호함으로 혼란이 초래되거나 담당부서의 부재로 인한 혼선이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따라서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든 소상공인들의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해 정부적인 차원에서 관련 규제나 법률상의 문제를 확실하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위 인터뷰에서 두 업장의 사장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해주신 것처럼, 반려견을 포함한 모든 반려동물들은 단순한 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반려인들의 문화를 파악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자세는 가게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