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최후의 저작 ‘한국인 이야기’의 마지막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를 직접 겪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식민지 시기의 모습을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한다. 일장기·황국신민서사·대동아공영권 등 노골적인 상징 뿐 아니라 홍백전의 색깔, 교과서의 꽃 같은 소재 속에서도 국가주의적 상징을 찾아 내는 저자의 시선은 놀랍다. 저자는 음악과 노래도 국가주의의 선전의 도구로 이용됐다고 강조한다. 이런 군국주의의 악령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일본에까지 그 손을 뻗쳤다. 저자는 “군국주의는 서구적 사고의 귀결"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제국주의 비평을 넘어 근대 비평으로까지 나아간다. 책은 군국주의의 피해를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향도 제시한다. 어둡고 괴로운 기억도 결국 재산이고, 식민지에서 당한 것도 거름으로 삼아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