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인들의 유럽 방문에 제동을 걸었다. 비자를 까다롭게 발급하기로 한 것인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지난 달 30∼31일(현지시간) 체코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 여행자에게 적용해 온 EU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 간소화 조치를 중지키로 했다.
여행용 비자 발급이 지금까지에 비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휴가를 즐기거나 쇼핑 등을 위해 유럽을 드나드는 러시아인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EU 회원 27개국의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러시아와 맺은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의 중단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외무장관들과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행 비자 발급 간소화협정에서는 기본 비자 발급 비용 35 유로(약 4만7000원), 비자 신청 후 10일 내 발급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이런 조항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2007년부터 발효된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발급 간소화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25일부터 사업가나 정부대표, 외교관에 대해서만 효력이 정지됐을 뿐, 일반 시민들에게는 계속 적용돼 왔다.
보렐 고위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듯이 여가와 쇼핑을 즐기기 위해 다수의 러시아인이 여행을 오고 있다"며 "EU 회원국은 (전쟁의 여파로)평시와 다르다고 느끼고 있고, 실제로 평소와 다름없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며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다만 EU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요구해온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EU 비자 발급 전면 중단 조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법제화를 거쳐야 해 언제부터 발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