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복지 사업에 대한 ‘재정적 측면’에서 평가를 요구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국가 재정 건전화에 방점을 찍은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의 ‘퍼주기 식 복지’에 대해 개혁의 칼을 들이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재정적 측면에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평가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복지부는 용역의 제안 요청서에서 연구의 목표로 △선도사업 운영 과정 및 우수 사례에 대한 재정적 측면의 평가·분석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복지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재정적 측면을 강조해 이례적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앞서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이 요양원과 같은 시설이 아닌 기존에 거주하던 지역에서 치료를 받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AIP(Aging In Place)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기존에 제공되던 각종 돌봄·요양 서비스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제기됐다. 이미 재정으로 지원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을 바탕으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도 이미 존재했다. 서비스 내용과 대상자 중복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혼란과 재정 낭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복지부 측은 정책의 긍정적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통합돌봄과 관련해 재가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고 지역 의료·돌봄 연계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신규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 낭비의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되던 기존 보건 의료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복지부는 전 정부의 복지정책에 계속해서 개혁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뒀던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개수를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 줄였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도 ‘과감한 건강보험 지출 개혁을 통한 필수의료 보장 확대’를 강조하며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공석인 장관을 대신해 복지정책의 키를 잡고 있는 조규홍 복지부 1차관도 기재부에서 재정관리관까지 지내며 박근혜 정부 말기의 재정 개혁을 주도한 경력이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장률 등 특정 지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하고는 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재정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에서 복지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