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대학 시험을 대리로 치른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아들 조모씨가 당시 수강 중이던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은 뒤 가족 채팅방에 올리면 조 전 장관 부부가 이를 같이 풀어주는 식이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정곤·장용범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부부의 3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 비리와 대리시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2016년 9월 가족 채팅방에서 "퀴즈 시작하자"라고 한 뒤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다. 조씨는 이를 제출해 만점을 받았다.
이어 같은 해 10월과 12월에는 조씨가 가족 채팅방에서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조 전 장관은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정 전 교수)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정 전 교수는 "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비 완료"라고 한 뒤 중간부터 위로 올라가며 문제를 풀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입시에 직접 관여했을 뿐 아니라 재학 기간 전반에 걸쳐 온라인 시험 대리와 과제 대필로 성적 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학문 윤리 규정을 보면 타인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가져오는 행위 등을 명시하고, 거짓 행위를 반복하면 낙제한다고 돼 있다"면서 "한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게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해 6월 대리시험 내용과 관련, "조씨가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며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재판부도) 잘 아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학교폭력)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의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측이 검찰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