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美 IRA와 韓 외교적 대응

송백훈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IRA, 최혜국 대우 등 위반 불구

WTO 항소 기구 구성조차 못해

승소 때까지 기업 피해는 눈덩이

美선거 후 입장변화 유도 힘써야





8월 16일,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발효시켰다. IRA 시행의 명목적인 목적은 최근 급등한 미국의 물가를 통제하기 위함이다. IRA의 주요 내용은 대내적으로는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까지 포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에 3조 5000억 달러의 재정을 필요로 하는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 BBB)’ 공약을 통해 유사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확대 재정의 규모를 대폭 줄인 7370억 달러의 IRA로 대체해 발효한 것이다.



IRA 발효로 인해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법안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논리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차 구매자 모두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배터리의 핵심 자재인 리튬·코발트·니켈의 원산지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경우에 보조금의 절반을 지급한다. 그리고 북미에서 제조되는 기타 부품의 비율이 절반 이상(2029년에는 100% 비율)인 경우에 나머지 절반을 지급한다. 즉 미국산 전기차만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됨을 의미하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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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IRA는 중국의 배터리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해외 원자재·부품에 의존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그리고 북미 지역 이외에서 조립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국내 제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IRA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및 한미 FTA 협정 위반에 해당된다. 먼저, WTO는 GATT 제1조의 최혜국 대우 원칙을 통해 회원국 간의 법적 차별을 포함한 사실상의 차별을 금지한다. 즉 미국 내 전기차 판매에 유리한 사실상의 특혜가 미국 생산자에게만 부여되는 IRA 조항은 GATT의 최혜국 대우 원칙 위반이다. 그리고 GATT 3조 5항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상품의 특정 수량 혹은 비율이 국내공급원으로부터 공급되도록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배터리 및 부품의 원산지를 특정국으로 한정하는 IRA는 GATT의 동 조항을 위반한다. 그리고 IRA는 한미 FTA의 내국민 대우 원칙을 위반한다. 전기차의 조립국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내국민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동등한 원칙이 적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만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EU·튀르키예 간 유사한 무역 분쟁의 사례를 참조하면 WTO 제소시 한국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WTO가 항소기구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WTO 제소는 큰 의미가 없으며 결심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 우리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잃은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WTO 제소, FTA 협정 위반에 대한 철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겠지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에도 있는 힘을 다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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