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우리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최근 10년새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이후 자원개발 사업이 ‘정치이슈화’되며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자원 개발 투자회수액은 글로벌 자원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연간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해외자원개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공기업 및 민간이 참여중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은 401건으로 나타났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에만 칠레 산토도밍고 지역의 구리 개발사업 및 라오스 베엔캄의 금 탐사 사업 등 총 22개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종료됐다. 지난해 신규진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포스코와 어바웃더니켈 등 민간기업이 추진한 4건에 불과했으며 공기업이 추진한 사업은 한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80개국에서 진행중인 석유·가스 사업 110건, 광물자원 사업 291건에 불과했다.
해외자원개발사업 건수는 2013년 535건으로 최고치를 기록 한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해외 광물 자산 전량 매각 방침’ 발표 후 한국광물공사(현 광해광업공단)가 11개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사업 철수 흐름을 주도했다. 관련 여파로 올해 해외자원개발 건수는 300건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따른 회수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35억3900만 달러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한국은 ‘자원빈국’인 반면 수출의존도가 세계 최고수준인 만큼 여느 나라 대비 자원개발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원가격 급등에.. 지난해 투자회수액 35.4억달러로 역대 최고
지난해 해외자원개발 투자회수액은 35억39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32억9500만달러)과 2019년(32억6000만달러) 기록한 투자회수액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지분매각 등을 통한 수익 비중이 컸던 이전 기록과 달리 지난해에는 자원가격 급등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실제 관련 보고서는 “2017년 등 예전에는 일부 대형사업 지분 매각으로 광물관련 투자회수액이 대폭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광물가격 상승이 투자회수액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석유·가스 가격 회수액 증가 또한 민간기업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광물자원 사업 투자회수액은 니켈 등 글로벌 자원가격 급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4배 수준인 11억7700만달러로 껑충 뛰었으며 석유·가스 투자회수액도 전년 대비 2배 가량 뛴 23억6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1년전 대비 최대 10배 가량 급등하는 등 자원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올해 투자회수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원·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광해광업공단이 광물 가격 급등의 영향 등으로 2021년 한해에만 274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의 성과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자원외교의 문제점 때문에 ‘찬밥’ 취급을 받았던 해외자원개발이 뒤늦게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누적투자 회수율 8년새 51.7%→66.1%
무엇보다 최근 10년새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투자회수율(누적기준)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의 경우 해외자원개발 누적 투자액이 594억3200만달러에 달했던 반면 회수액은 307억4700만달러에 그쳐 회수율이 51.7%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누적 817억6900만달러를 투자해 540억4800만 달러를 회수, 투자회수율이 66.1%에 달했다.
반면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이나 출자 금액은 최근 10년새 빠르게 감소했다. 2014년 관련 금액은 광물공사(현 광물광해공단) 출자액 1849억원을 비롯한 3933억원에 달했지만 2020년 521억원으로 6년새 8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처럼 공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대부분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부문에서 공기업의 투자액은 2019년(540억원), 2020년(536억원), 2021년(521억원) 등 3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기업의 해외 석유·가스 개발 투자액은 2020년 536억원에서 지난해 140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투자액 기준 전체 석유·가스 해외사업 중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0년 53%에서 이듬해 73%로 껑충 뛰었다. 공기업의 해외 광물자원 투자액 또한 2019년(220억원), 2020년(186억원), 2021년(121억원) 등 3년 연속 급락한 반면 민간기업 투자액은 2020년 87억원에서 이듬해 343억원으로 늘었다. 해외 광물자원 투자액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0년 32%에서 이듬해 74%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향후 투자회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해외자원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도 한국광해광업공단 출자액을 올해(112억원) 대비 3배 많은 372억원으로 편성했으며 내년 해외자원개발투자 융자액 또한 1754억원으로 올해(631억원) 대비 3배 가량 늘렸다. 국회 또한 5년 단위의 자원안보기본계획 수립 및 자원안보위원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정부의 자원개발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 공기업 재무개선하라며 해외광산 매각 압박
반면 자원 업계에서는 광해광업공단의 해외광산 매각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긴 ‘광해광업공단법’ 수정 등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해당 법은 광해광업공단의 주요사업을 ‘광업과 관련된 해외 투자 사업의 처분’으로 제한해 공단은 계속해서 해외 광산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는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해외자산 매각 작업 또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30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한국전력은 발전 자회사가 보유한 해외광산 매각 방안을 저울질 줄이다. 반면 한전 등 발전 자회사가 지분을 가진 해외 광산을 통해 지난해 확보한 유연탄은 768만톤에 달한다. 호누 뉴캐슬 기준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말 1톤당 443.5달러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석탄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광해광업공단 등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이들 기업의 해외자산 매각을 강제하고 있는데, 결국 일본 등 경쟁국에게만 이로운 조치”라며 “관료들에게만 맡겨 두지 말고 해외자원개발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