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산 전기차에만 소비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현대차(005380)의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은 법안의 혜택을 입을 것이란 전망에 지난 한 달 간 14% 올랐다. 반면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해온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14.22% 상승했다. 2일 종가는 48만 2000원까지 올라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당 48만 원을 뚫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통과 이후 미국 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특히 1일 미국 제네럴 모터스와 합작해 설립한 미국 현지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 및 모듈을 양사하기로 한 것도 호재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세액공제(ITC) 범위와 기간을 연장해 ESS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는 가운데, 북미 현지 증설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미국 ESS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달 초 이후 이날까지 0.2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는 0.49% 떨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우수한 판매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IRA 시행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 상방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8월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한 13만 5526대를 판매했다고 2일 밝혔다. 올 들어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이자 역대 8월 기준 최고 실적이다. 그러나 지난달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IRA가 발목을 잡았다. IRA에는 전기차 중고차와 신차에 최대 7500만 달러(약 1000만 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담겼지만 지원 대상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로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EV6, 코나, GV60, 쏘울 EV, 니로 EV 등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북미 밖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중단 규정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라고 평가했다.
다만 IRA 법안과 관련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 배터리 회사와 협업, 2024년 하반기 신 공장 조기 가동 등을 통해 IRA 우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원화 약세를 활용해 보조금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부담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온전한 수혜를 보는 실질 업체 역시 제한적”이라며 “직접 수혜 모델이 2024년에 집중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계획된 라인 전환과 당겨진 신규 공장 가동은 우려를 경감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